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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트업 대표가 기한 내 IPO(기업공개)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투자금 수십억원에 고금리 이자까지 물어줘야 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개인에게 연대책임을 지우지 못하도록 했지만, 법 개정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창업 실패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김재훈 식탁이있는삶 대표는 NH투자증권이 제기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식탁이있는삶에 RCPS(상환전환우선주) 방식으로 30억원을 투자했다. 식탁이있는삶은 식품 직거래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던 스타트업이다.
투자 계약서에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기업공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기업 공개 의무'가 기재됐다. 이와 함께 2021년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이해관계인에 대해 인수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황 악화로 식탁이있는삶은 기한 내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고 현재 휴업상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22일 서면으로 풋옵션을 행사하고 약 20일 뒤인 같은 해 9월 12일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대표는 해당 조항이 사실상의 '위약벌'이기 때문에 의무위반 여부가 증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의로 IPO를 미루거나 부당한 행동을 하지 않았던 만큼 사실상 투자금을 물어내라는 풋옵션 행사가 부당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조항에 의무 위반을 언급하는 조항과 언급하지 않는 조항이 혼재됐다는 점을 이유로 풋옵션 조항이 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위약벌'이 아니라고 봤다. 계약상 풋옵션 행사 조항 있고 조건이 달성된 만큼 서면 행사를 기점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1심 법원은 약 1년 만인 지난 14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김 대표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문제는 상환 능력이다. 창업에 실패한 개인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고금리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창업은 물론 부채 상환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수탁사인 만큼 실질적인 재판 및 절차는 코어자산운용에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코어자산운용은 취재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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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횡령·배임을 한 것도 아니고 회사를 위해 쓴 돈을 개인에게 모두 갚으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계약 내용 자체가 불공정한데다 이렇게 과도한 책임을 물으니 너무 낙담스럽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기업이나 창업자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계약서 조항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기간 미준수, 파산 등을 이유로 투자자가 회사나 대표를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스타트업은 어반베이스, 알피, 쓰리디메디비젼, 코리아크래프트비어 등이다. 이중 식탁이있는 삶, 어반베이스, 쓰리디메디비전 등은 투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고 알피, 코리아크래프트비어의 경우는 투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투자금 반환을 인정하지 않은 알피와 코리아크래프트비어의 경우 투자자의 근거가 'IPO 기한 미준수'였다. 알피의 경우 재판부는 IPO가 회사의 결정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해당 조항을 'IPO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했다. IPO를 고의로 미루거나 특별한 책임이 없다면 위약벌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코리아크래프트비어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반면 투자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의 경우 근거가 '위약벌'이 아니라 별도의 '풋옵션 조항'에 따른 권리행사가 근거였다. 식탁이있는삶은 IPO 실패를 위약벌이 아닌 풋옵션 행사요건으로 봤다. 어반베이스의 경우 파산 혹은 회생 개시를 트리거조항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투자금 반환 판결 중에는 대표의 귀책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쓰리디메디비젼의 경우 2023년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한 후 투자사와 소송전을 벌였다. 투자사는 대표가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없이 회사서 수천만원의 주거비를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투자사에 투자금 반환과 위약금까지 줘야 한다고 법원은 봤다.
업계에서는 위 사례를 모두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액시트(수익실현) 방안이 막힌 상황에서 투자자가 계약서를 근거로 원금 회수에 나선 상황이라서다.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별개지만, 중과실이 없어도 계약서를 어떻게 작성했는지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온 셈이다. 스타트업 대표도 두 조항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법 개정에 따라 개인에게 연대 채무를 지우지 못하게 된 만큼 이전 계약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경수 법무법인 세문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위약벌과 풋옵션 권리행사를 별개로 보고 판단한다"며 "상황이 같더라도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희 법무법인 안심 변호사는 "스타트업 분쟁의 경우 재판까지 가도 상환 여부가 불투명해 판례가 많지 않다"면서 "풋옵션 행사의 경우 확립된 법리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이 중요하고 분쟁이 벌어졌다면 다양한 권리 주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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