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유리장벽' 된 K전기차③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이 역내 생산을 우대하는 규제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현대자동차·기아(108,800원 ▼1,700 -1.54%)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럽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현대차(301,500원 ▼8,000 -2.58%)그룹은 전기차 생산 확대에 더해 부품 조달까지 현지화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EU가 추진 중인 산업가속화법(IAA)은 공공조달과 일부 차량 구매 지원에 유럽산 우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16일 배터리를 제외한 자동차 부품 가치의 70%를 유럽산으로 조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배터리에도 별도의 역내 생산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EU 전체의 확정 규정은 아니지만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향이 뚜렷해졌다.
유럽산으로 인정할 국가의 범위도 쟁점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EU 회원국과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에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한국과 튀르키예는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유럽의회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이유만으로 EU산 지위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최종 입법 결과가 남아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수출하는 차량의 지원 대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8월부터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를 양산하고 있다. 유럽 시장 공급을 위해 2억5000만유로를 투입한 공장이지만 튀르키예가 인정 대상에서 빠지면 이곳의 생산 차량도 일부 지원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EU 회원국에 이미 확보한 생산망을 유럽 시장 공략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는 체코 노쇼비체에서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고 있고 기아는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지난해 EV4 해치백에 이어 올해 EV2 양산에 들어갔다. 역내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는 조립 장소 요건에 대응하기 유리하다.
완성차 생산과 함께 유럽 내 전동화 부품 생산 기반도 확대하고고 있다. 현대모비스(337,000원 ▼9,000 -2.6%)는 지난달 슬로바키아 노바키에 약 2500억원을 투자한 연간 28만대 규모의 전기차 구동시스템 공장을 가동했다. 체코와 스페인에 운영 중인 배터리시스템 공장까지 더해 전동화 부품의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이들 시설은 유럽 내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기반이지만 배터리 셀 등 개별 부품의 원산지 기준은 별도로 충족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판매를 지난해 11만6000대에서 2030년 42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 역시 유럽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지난해 23%에서 2030년 66%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양사가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EU의 '유럽산' 인정 기준에 따라 생산거점 운영과 부품 조달 전략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