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유리장벽' 된 K전기차(上)
[단독]중국산 전기차 무방비로 두더니..국산 점유율 '50%' 첫 붕괴
![[인천공항=뉴시스] 김명년 기자 = 5일 인천국제공항 단기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2026.10.05. kmn@newsis.com /사진=김명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217120656718_1.jpg)
한국 전기차 시장도 중국산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수입 장벽으로 기능을 상실한 낮은 관세율, 수입 여부를 가리지 않는 관대한 보조금 탓에 국산 전기 승용차 점유율이 사상 처음 '50%의 벽'이 무너졌다.
2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에 신규 등록된 국내 전기 승용차(25만8284대) 가운데 수입산 점유율이 51.3%(13만2438대)를 기록해 국산 비중(48.7%)이 50% 아래로 밀렸다.
연간 전기 승용차 신규등록이 10만대를 넘기며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2년 이후 국산 점유율이 50%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세적으로 볼 때 남은 3개월 동안 수입산 비중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다. 올 들어 9월까지 총 11만2417대 팔린 중국산 전기 승용차는 43.5%의 점유율로 수입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량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는 테슬라를 비롯해 BYD·지커 등 중국 브랜드의 주요 차량이 '가성비 모델'로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는 총 8만9148대, BYD는 2만137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를 두고 중국산 전기차가 저가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EU(유럽연합) 등 주요국이 일제히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8%로 미국(최대 127.5%), EU(최대 45%)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오히려 국산·수입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무역 분쟁 우려 때문에 관세를 높이는 것이 어렵다면 분쟁 우려가 없는 차량 완성 전 단계에서 국산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최근 정부가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기로 하며 전기차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큰 실수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가 中전기차'에 줄줄이 안방 내줬다...한국도 비상

중국 전기차 공세를 사실상 막아낸 국가는 높은 관세 장벽을 세운 미국뿐이다. 문턱이 낮았던 동남아시아와 남미, 호주는 이미 안방을 내줬다. 뒤늦게 빗장을 걸기 시작한 유럽연합(EU)도 관세를 피해 가는 중국차를 막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한국도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방어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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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매기는 관세는 기본관세 2.5%에 무역법 301조 관세 100%,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차 관세 25%를 더해 127.5%에 이른다. 이에 BYD 등 중국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로 안방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반면 문턱이 낮은 시장은 빠르게 잠식됐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팔린 전기차의 90.8%, 91.6%가 중국 브랜드다. 태국은 일본 브랜드 점유율이 한때 90%에 달해 '일본차 텃밭'으로 불렸던 곳이다. 호주는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중국산 차에도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 지난달 호주 신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35.5%로 일본산(22.5%)과 한국산(9.6%)을 크게 앞섰다.
브라질은 뒤늦게 문을 걸어 잠갔지만 이미 중국산이 시장을 장악했다. 수입 전기차 관세를 단계적으로 올려 지난 7월 35%까지 높였지만 올해 상반기 브라질 전기차 시장의 93.4%는 중국 브랜드 차지였다. BYD는 포드가 떠난 공장 부지를 사들여 현지 생산까지 시작했다. 멕시코도 올해 1월부터 FTA를 맺지 않은 나라의 수입차 관세를 50%로 올렸지만 올 상반기 멕시코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7% 늘었다. 관세를 높여도 시장에 뿌리내린 중국차를 밀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EU는 하이브리드차에 낮은 문턱을 남겼다가 뒤늦게 다시 높이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순수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매겼지만 하이브리드차는 기본관세 10%만 내면 됐다. 중국 업체들이 이 틈을 파고들면서 EU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중국산 점유율은 2024년 2%에서 올해 상반기 25%로 뛰었다. 결국 EU는 지난 9일 중국과 하이브리드차 수출을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12월부터 4년간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연간 35만대로 묶고, 상한을 매년 6%씩 늘리는 방식이다.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으로 이마저 돌파하고 있다. BYD는 올해 중반 헝가리 공장 양산에 들어갔고 창안자동차도 내년 초 유럽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EU는 지난 3월 역내 부품 비중이 70%를 넘어야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산업가속화법(IAA)도 내놨지만, 중국 업체들은 규제가 확정되기도 전에 현지 공급망까지 꾸리며 대응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국산차가 중국차에 가격으로 맞서기 쉽지 않다. 인건비와 생산 물가가 낮은 중국은 한국 등 다른 나라보다 완성차 원가가 30~40%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기술적인 추월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분야"라며 "정책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중국차와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차에 대한 인센티브만으로는 부족하고 중국차를 막는 페널티도 필요하다"며 "'한국판 IAA'와 미국처럼 배타적인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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