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대표하는 소비재 기업 나이키가 18년 만에 미국 우량주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00에서 퇴출된다. 나이키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진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밀리고 중국에서는 토종 브랜드에 시장을 뺏기며 입지가 좁아졌다. S&P100에서 나이키가 빠진 자리는 델, 샌디스크 등 떠오르는 기술 기업이 채운다. 미국에선 변화에 뒤처진 기업은 가차 없이 밀려난다.
나이키의 S&P100 퇴출을 부른 직접적 원인은 주가 하락이다. 나이키 주가는 약 38달러로 2021년 말 최고가 대비 78%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57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미국 소비문화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나이키가 아디다스의 반격과 온·호카 등 신진 브랜드의 부상에 자리를 내준 결과다. 세계 스포츠 신발 시장에서 나이키 점유율은 2022년 25.9%에서 작년 22.9%로 떨어졌다. 최대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 매출도 8분기 연속 감소했다
혁신으로 스포츠산업을 지배해온 기업이 혁신을 멈춘 대가다. 출발은 달랐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는 1964년 오리건대 육상코치 빌 바우어만과 500달러씩 투자해 일본 운동화를 수입하다가 자체 브랜드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1971년 나이키 출범 뒤에는 와플 솔, 에어 쿠셔닝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여기에 마이클 조던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과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을 앞세워 나이키를 글로벌 1위로 성장시켰다.
변화와 혁신없이 살아남은 예는 드물다. 2006년 미국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20년이 지난 지금도 10위 안에 남은 곳은 마이크로소프트 하나뿐이다. 당시 1·2위였던 엑슨모빌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이 멀찌감치 밀려난 것은 충격적이다. 한국은 다섯 곳이 10위 안에 남았고 삼성전자가 20년째 1위로 대기업 체제가 보다 공고하다. 나이키의 추락이 보여주듯 과거의 성공 공식이 '해자'가 되던 시대는 끝났다. 스페이스X, 테슬라 등 혁신 기업이 기존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혁신은 실적이 나빠진 뒤 꺼내 드는 처방이어서는 안 된다. 가장 잘나갈 때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반도체 초호황을 누리는 지금이야말로 다음 성장 동력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