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공공교통, 재정건전성과 이동권 보장 사이

[광화문]공공교통, 재정건전성과 이동권 보장 사이

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
2026.10.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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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안전' 세계가 주목한 서울지하철
노인무임승차 손실 기관이 모두 부담
국비지원하더라도 경영혁신 병행해야

노인들이 서울지하철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사진=뉴스1
노인들이 서울지하철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사진=뉴스1

최근 미국 CNN이 '세계 최고의 지하철 시스템 18곳'에 서울 지하철을 포함했다. CNN은 이동 중에도 끊기지 않는 통신 환경, 냉난방과 온열 좌석, 청결성·안전성·운행 효율성 등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의 글로벌 도시문화·여행 전문매체 타임아웃(Time Out)도 서울을 세계에서 대중교통이 우수한 도시 5위로 선정했다.

하루 약 70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은 한국의 기술력과 도시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찬사의 이면에는 무임수송 적자, 자본잠식 우려, 노사 갈등이라는 뚜렷한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은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 중 하나다. 특히 노인들의 보건·복지 편익 등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84년 시작된 65살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대표적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내놓은 대한교통학회의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가능 방안 마련 연구용역'에 따르면 노인 무임수송의 사회적 편익이 지난해 기준 연간 6506억원으로 추산됐다. 자살·우울증 예방, 주요 질환 감소 등 건강 분야가 3386억원으로 가장 컸다. 차량 운행비 절감 등 교통·환경 분야(2293억원), 지역상권 소비 활성화 등 경제 분야(827억원) 등의 편익도 포함됐다.

문제는 편익은 사회 전체에 돌아가지만, 손실은 운영기관이 온전히 떠 앉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에 따라 사회적 편익은 2035년 8983억원, 2050년 1조598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합계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1조4821억원이었고, 2030년 1조9139억원, 2050년에는 3조1486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33년에 완전자본잠식에 진입할 것으로 추산됐다.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해도 잠식 시점이 2034년으로 1년 늦춰질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사실 노인 무임수송은 단순한 운임 할인이 아니라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복지서비스이자 이동권 보장 정책이다. 그 비용을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일방적으로 떠안는 현행 구조는 정당하기 어렵다. 해묵은 논쟁거리다.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무임수송 비용 산정 기준 마련, 국비 지원을 포함한 재원 분담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해 왔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무임수송 손실의 일부를 국비로 보전받지만, 도시철도는 그렇지 못하다. 같은 국민의 이동권을 뒷받침하는 공공서비스인데 운영 주체에 따라 재정 부담이 갈리는 것은 형평성 문제다.

다만 국비 지원은 운영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보전하는 '무한 보증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영혁신은 지원의 조건이다. 안전 인력 부족과 과중한 현장 업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지만 운영기관의 생산성과 비용 구조도 바꿔야 한다. 노동조합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제한된 재원으로 안전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식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시민 불편을 빌미로 한 소모적 파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서울 지하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과제는 더 좋은 지하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수준을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공교통이 '공짜 복지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복지와 이동권의 재정 책임을 분담하고 운영기관이 투명한 경영혁신으로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 노사가 안전과 서비스 질을 최우선으로 할 때 서울 지하철의 명성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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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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