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통한 한계기업 퇴출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남부지법이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다. 상장사에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상폐 요건(시가총액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 적용 시기를 앞당겼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해당 상장폐지 절차를 전면 유예한 상태다.
올해 2월 상장폐지 요건 강화 조치가 발표됐을 당시 시장에선 '설마 상장폐지까지 시키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해당 한계기업들 가운데는 진짜로 부실한 기업도 있지만, 재무구조는 좋은데 업종 자체가 주목받지 못해 주가가 부진하거나 일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건전한 기업의 기준을 '시가총액'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영향으로 증시 수급이 코스피로 집중되며 코스닥은 코로나19 시절 최저 수준까지 빠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기업의 본래 가치와 무관한 자금 이탈을 이유로 증시 퇴출 대상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도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잇따라 매도해 답답함이 컸다"며 "직접 전화해 우리 주식을 왜 파는지 물었더니 삼성전자 매집을 위해서라고 답하더라"며 한숨 지었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피해가 온전히 주주 개인의 몫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상장폐지 우려' 또는 '관리종목' 딱지가 붙은 코스닥 기업들의 주주들은 주가가 요동치며 큰 손실을 입었다.
거래소의 기준이 적용돼 상장폐지 사정권에 든 종목은 200개가 넘는다. 전체 상장사(2644개)의 7%에 달하는 수치다 . 이들 상장사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돈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 목적으로 내세운 '건전화'란 사전적으로 '건강하고 온전하게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시가총액이 낮다는 획일적인 이유로 상장폐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는 것이 진정한 건전화인지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