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문제 삼는 학부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경기 A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사들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책을 6학년 토론 도서로 지정했다가 민원이 제기돼 6학년 부장 교사가 직접 답변서를 작성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A초등학교는 지난 4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소설 '오월의 달리기'를 6학년 토론 도서로 지정했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배부했다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학부모 민원을 접수받았다. 오월의 달리기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원작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다.
학교 측은 6학년 1학기 교육과정에 맞춰 토론 도서를 선정했지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도서 선정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취지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에서는 근현대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민주화운동을 다룬다.
A초등학교의 6학년 B반 담임교사 역시 지난달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가를 합창한 사건을 수업 시간에 언급했다가 민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교사는 배재고 사건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언행의 중요성을 지도했는데, 학부모는 이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뉴시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10일 부천오정경찰서에서 교육활동 침해 사안 관련 학부모에 대한 고발장 제출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교육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50명 모집 예정이던 교권보호전담관을 300명으로 확대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6.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종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2414554434569_1.jpg)
두 건의 민원은 모두 국민신문고를 거쳐 A 초등학교 관할 교육지원청에 접수됐으나 결국 해당 교사들이 답변서를 작성했다.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이 접수됐다고 해서 반드시 교사가 직접 해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민원이 들어오면 교육지원청 민원 담당자가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담당 교사에게 내용을 전달하거나 답변 작성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는 역사적으로 확립된 사실을 가르치는 일조차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현직 초등교사 C씨는 "교사에게는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역사를 가르칠 정당한 권리와 의무가 있는데도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히면 괜한 민원이 들어올까 걱정돼 결국 수업이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과 민주주의 가치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중립 관련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사례처럼 학부모의 문제 제기 내용이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민원의 대상이 아닌 경우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응답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4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35조는 학생의 정서·행동 지원, 학생생활지도, 학교안전사고 등에 대한 요구만 민원으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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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 연구단체 '김민석교권상담소'의 김민석 소장은 "수업에서 이뤄지는 역사 교육은 애초에 초·중등교육법 제35조에서 규정하는 민원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올라오거나 학교에 항의 전화가 와도 교육지원청이나 학교가 지정한 관리자가 그 점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