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빗장 곧 풀린다" 한국 노리는 수입차들…현대차가 갈 길은?

"자율주행 빗장 곧 풀린다" 한국 노리는 수입차들…현대차가 갈 길은?

강주헌 기자, 이정우 기자, 임찬영 기자
2026.08.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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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테슬라 돌풍의 명암 (下)

[편집자주]  말 그대로 돌풍이다. 통상 수입차의 성공 지표로 인식되는 '연 1만대' 판매를 '월'에 가뿐히 뛰어넘은 테슬라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격·감성·기능을 모두 잡았단 찬사는 고무줄 가격과 안전·환경 문제, 낮은 사회 기여도란 곱지 않은 시선을 동반한다. 테슬라의 인기 비결과 한계, 향후 전망 등을 들여다보고, 이에 따른 국산 브랜드의 과제도 짚어봤다.
자율주행은 결국 대세…현대차그룹 '골든타임' 잡아야

/그래픽=이지혜
/그래픽=이지혜

국내에서 파는 테슬라 모델Y와 모델3는 완전자율주행(FSD)을 쓸 수 없다. 중국산이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례를 적용받지 못해서다. 그런데도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현대차(414,000원 ▼1,000 -0.24%) 그랜저를 누르고 모델Y가 차지했다. 가격 프로모션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FSD가 열린 차는 미국 안전기준을 통과해 별도 인증 없이 들여온 미국산 모델S·모델X뿐이다. 가격 프로모션이 영향을 미쳤지만, 언젠가 기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구매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FSD를 무단으로 활성화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지난 4월 말까지 85건에 이를 만큼 관심도 높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FSD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일부 고가 차량에 한정돼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들어 모델3·모델Y 등 대중적인 차종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을 가까운 시점에 쓸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5~6년 전 소비자들이 애플 아이폰을 사던 행태와 지금 테슬라를 사는 모습이 비슷하다"며 "아이오닉5와 테슬라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테슬라를 고르게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만든 흐름은 곧 수입차 전반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유럽 인증체계인 운전자제어보조장치(DCAS)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R171을 국내 기준에 반영하는 작업으로, 완료되면 그동안 막혀 있던 자동 차로 변경 등이 허용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3년 안에 끝낼 계획이다.

빗장이 풀리면 대기 중인 브랜드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벤츠는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을 얹은 레벨2++ 'MB.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를 내년 유럽에 내놓는다. 도심에서도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수준으로 국내 기준만 마련되면 한국 도입도 가능해진다. BMW도 지난해 말 유럽에서 상용화한 고속도로 핸즈프리 기술 '모터웨이 어시스턴트'를 국내 규정이 없어 들여오지 못했다. 법적 근거만 생기면 빠르게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율주행을 전면에 내세운 중국 브랜드들도 줄을 서 있다.

현대차(414,000원 ▼1,000 -0.24%)그룹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에 고속도로 핸즈오프가 가능한 레벨2+를 넣고, 내년 말 차세대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차종으로 고속도로 자율주행(NOA)을 확대한다. 도심까지 지원하는 레벨2++는 2028년 제네시스 대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부터다. 기아는 2029년 '풀스택 SDV'에 도심 레벨2++를 적용한다. 엔비디아 등과 센서를 표준화해 양산차를 빠르게 내놓고 거기서 쌓인 실주행 데이터로 자체 엔드투엔드(E2E)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도 짰다.

그럼에도 상용화 시차가 길어질수록 다른 완성차업체에 점유율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대형 SUV, 벤츠는 고급 라인업에 레벨2++를 먼저 넣는다. 그룹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고급차 시장에서 정면으로 경쟁한다는 뜻이다. 법제화가 예고대로 내년에 마무리되면 제네시스가 도심 자율주행을 얹기까지 남은 1~2년이 수입차에는 공백기가 된다.

이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기존 수입차 업체에 테슬라라는 경쟁자가 추가된 것이고 이미 FSD가 상용화된 미국이나 각국의 견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유럽에서는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출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이지만 일정을 당기고 싶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고,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영역인 만큼 오히려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개발 속도만으로 메우기 어려운 간극인 만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나 중국 업체의 자율주행차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정부가 막기는 어려운 만큼, 국산 자율주행차 구매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실증특례로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차 세액공제 같은 구조적 현안이 겹치면서 그룹 안에서 자율주행 정책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투자와 사업 관점에서는 자율주행 경쟁력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차에서 로봇으로 번진 경쟁…테슬라 옵티머스 vs 현대차 아틀라스
테슬라 옵티머스 vs 현대차그룹 아틀라스/그래픽=윤선정
테슬라 옵티머스 vs 현대차그룹 아틀라스/그래픽=윤선정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맞붙은 테슬라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테슬라가 인공지능(AI)과 대규모 양산 계획을 앞세운 가운데 현대차(414,000원 ▼1,000 -0.24%)그룹은 자동차 공장과 부품 공급망,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결합해 맞선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X 생산라인 가동을 종료하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생산설비를 설치 중이다. 테슬라는 프리몬트 1세대 생산라인을 연 100만대 규모로 설계했다. 미국 텍사스 공장에 준비 중인 2세대 생산라인은 장기적으로 연 10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도록 설계하고 있다.

테슬라가 내세우는 강점은 전기차에서 확보한 기술과 인프라를 로봇 개발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차량용 배터리와 전력전자, 모터, 기어박스, 소프트웨어, AI 추론 컴퓨터를 옵티머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텍사스의 115메가와트(MW) 이상 규모 AI 연산 인프라 '코텍스 2'도 차량과 휴머노이드의 자율주행·자율행동 소프트웨어 개발을 함께 지원한다.

테슬라는 연내 옵티머스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초기 생산분은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로봇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능을 개발하는 '옵티머스 아카데미'에 투입한다. 목표는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할 범용 로봇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대량생산 이후 가격으로 2만~3만달러를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산업 현장 투입과 검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1월 미국 보스턴 본사에서 제품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생산에 착수했다. 올해 물량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학습·검증시설인 RMAC와 구글 딥마인드에 공급할 예정이다. 외부 고객 공급은 내년 초부터 추진한다.

아틀라스는 키 1.9m, 무게 90kg으로 순간적으로 최대 50kg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4시간이지만 전력이 부족하면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같은 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부품 서열화 작업을 맡기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초기 시장이 가정(스마트홈)보다 스마트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정한 공정을 반복하는 공장은 작업 환경을 표준화할 수 있고 로봇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계산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가정은 작업 환경이 제각각인 데다 로봇 가격과 AI 모델 운영비까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해 대중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실제 제조공정에서 확보하는 학습 데이터와 부품 공급망이 향후 휴머노이드 시장 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션 데이터만으로는 공장마다 다른 설비와 작업 환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 완성차·부품 공장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현장에 투입해 학습과 성능 개선을 반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모비스의 액추에이터와 현대글로비스의 물류·공급망, 구글 딥마인드의 AI 기술을 결합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테슬라에서 옵티머스 개발을 이끌었던 밀란 코박을 그룹 고문과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인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현재 휴머노이드의 가장 큰 시장은 가정이 아니라 스마트공장이고 현재로서는 실제 공장에 투입해 시험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이 테슬라보다 유리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주도로 로봇 기술과 부품 공급망을 함께 키우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더 큰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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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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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기자

산업1부 자동차물류 담당하는 이정우 기자입니다.

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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