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면담 무산… 대선때 박근혜 전대표와 회동도 불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앞서 이 총재는 2차례나 청와대를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
칠순의 야당 대표가 직접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것은 꽤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일 저녁 이 총재는 청와대를 찾았다. 사전 예고 없는 깜짝 방문이었다. 3일 밤에도 이 총재는 청와대 문을 두드렸다.
요구사항은 이 대통령과 면담. 청와대로서도 문전박대하기 곤란한 상황이 됐다. 이에 박재완 정무수석은 회동 일정과 형식 등을 검토해보겠다며 이 총재를 돌려보냈다.
이 때만 해도 이명박-이회창 회동은 성사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하룻만에 사정이 바뀌었다. 청와대가 회동에 난색을 보인 것.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쇠고기 문제를 놓고 야3당이 공조중"이라며 "야당 대표 중 한분하고만 만나는 건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약속'을 믿고 발길을 되돌린 이 총재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자유선진당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박선영 대변인은 "대통령이 거짓말을 계속하다가 소탐대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소탐대실'에 대해 "소고기를 탐내다가 대통령직을 잃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할 말은 있다. 박재완 정무수석이 4일 연락을 주겠다고 했을 뿐, 4일 회동을 약속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수석의 말을 이 총재 일행이 오해한 것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측에선 면담 요청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당사에서 열린 쇠고기 수입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현재 시위가 정권퇴진, 하야 같은 중대한 정치적 이슈로 바뀌고 참가 단체나 군중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정부 때)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사들의 파업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오후 늦게 면담을 신청, 약사법 개정 기초합의를 이룬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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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도 있다. 쇠고기 정국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 행보라는 것. 정치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을 불쑥 방문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이 총재가 잘 알지 않겠느냐"며 "면담을 거부당할 경우 약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같다"고 풀이했다.
이 총재의 방문 정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때 이 총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수차례 방문해 지지를 요청하려 했다. 하지만 끝내 박 전 대표는 문을 열지 않았고 '짝사랑'을 계속했던 이 총재는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