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서 논의 시작, 부동산에 돈 가면 완화 안해"
한나라당이 갑자기 신중해졌다. 재산세, 양도소득세 완화 등 거침없이 감세 방안을 밝혔던 지난주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종합부동산세 때문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종부세 완화는) 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오후엔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했다.
"정리 안 되는 현안을 듣고 보충하도록 하겠다"(임 정책위의장)는 취지였다. 물론 임 정책위의장이 원한 메시지는 간단했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종부세 완화가 아니다"와 "정기국회 때 논의를 시작하겠다". 아직 논의한 게 없고 정해진 것도 없다는 게 골자다.
그만큼 종부세에 대한 '걱정'이 깊다는 의미로 들린다. 당 인식이 '부자당'으로 고착되는 데 대한 걱정도 없진 않다.
하지만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손질을 해야 하긴 하는데 섣불리 하다가 시장이 혼란에 빠져 건드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어떤 반응을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임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내내 "지금부터 검토해봐야 한다" "신중히 가야 한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협의가 필요하다" 등을 되풀이했다. 신중 그 자체다.
"재산세 경감은 추진키로 했고 양도세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이를 두고 "양도세와 종부세 사이의 폭은 매우 넓다"고 했다. 거래를 활성화할 양도세는 예측 가능한 데 종부세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른바 두 마리 '토끼잡이'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 정책위의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가 내세운 큰 틀은 두가지.
그는 우선 현재 부동산 시장은 비정상적 시장으로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가격을 불안정하게 소지가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양도세 완화로 '시장 기능 작동'을 꾀할 수 있지만 종부세는 '시장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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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종부세 개정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준 금액의 상향 조정만 해도 그렇다.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기준 금액을 올릴 경우 종부세 부담이 줄어 6억원에 거래되던 집이 9억원 근처까지 오를 수 있지 않겠냐는 인식이 있다.
이뿐 아니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더 큰 걱정거리다. 임 정책위의장은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 종부세는 분명히 손 못 댄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한편에선 여당이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산세'→'양도세'→'종부세'→'금융 규제' 등의 순서를 정해놓고 여론 등을 봐가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
한나라당 핵심 의원은 이와 관련 "재산세, 종부세를 개정한 다음에 금융규제도 본다"고 말했다.
또 종부세 개정에 대해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정부를 다독이기 위한 제스처란 시각도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 측이 묘안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상 '여유'를 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