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본희의장 현장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

2016년도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개최된 2일, 본회의장 곳곳에서 터져 나온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행위였다. 자정을 걸친 늦은 시각 진행된 3시간 가량의 본회의장 현장 중 의미 있는 몇 장면을 정리해봤다.
#1. 김무성 대 사진기자
이날 오후 11시 본회의 개의에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본회의장 맨 뒤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일찌감치 앉아 있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김 대표가 갑자기 한 층 위에 있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위에서 자꾸 찍으니깐 핸드폰을 못 보겠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사진기자들은 되레 김 대표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지난 1월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 당시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김무성·유승민)'라고 적힌 김 대표 수첩 메모가 사진기자에게 포착되며 당·청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법안 의결 도중 '인사청탁 문자'를 받거나 '부적절한 단어'를 휴대전화로 검색하다 사진에 찍혀 곤란을 겪기도 했다.
#2. 지역예산 앞에선 초선도 큰소리 '뻥뻥'
본회의 개의 전 새누리당 의원들만 본회의장에 먼저 입장한 가운데 고성이 터졌다. 비례대표인 주영순 의원이었다. 주 의원은 당 지도부에게 다가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역구 예산을 충분히 챙겨주셔야죠. 김재경 예결위원장 어디갔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무안·신안 지역 출마를 노리는 주 의원이 지도부에게 지역예산이 적다며 하소연을 한 것.
그러자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 의원을 향해 "주 의원, 목소리 좀 낮추세요"라고 만류했다. 지역예산을 두고 지도부에게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도 예산안 통과를 논의한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이 있으니 서울의원들은 (선거에서) 다 떨어져도 상관없냐"고 지도부에게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3. 내각 나가자 "인사도 안하네"
새해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회를 찾았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주요 내각 인사들은 주루룩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내년도 각 부처 예산이 통과됐으니 국회에서 '볼 일'이 사라진 것. 그러자 내각과 가까이 앉아 있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도 안하고 가네"라고 볼멘소리를 던졌다. 정부·여당에서 '당·청은 하나다'라고 외치지만 의회권력 대 행정권력의 긴장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 '토론 NO, 표결만 YES'…'동료애'는 어디로
이날 본회의 대미였던 예산안이 통과된 뒤 곧이어 5대 쟁점법안이 상정됐다. 가장 논란이 된 관광진흥법 순서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토론자가 4명이라고 알렸다. 그러자 여야 할 것 없이 100명 넘는 국회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나갔고 회의장 좌석은 눈에 띄게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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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넘는 찬반 토론이 끝나자 국회의원들은 다시 돌아와 관광진흥법 표결에만 참여했다. 국회가 법안 처리에 앞서 외친 동료 의원의 마지막 목소리를 외면하며 '동료애 실종'을 보여준 씁쓸한 장면이었다.

#5. "재원이, 감자탕 먹고 가라"
본회의를 모두 마친 뒤 김무성 대표는 앞서 걸어가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에게 "재원이, 감자탕 먹고 가라"고 했다. 예산안과 쟁점 법안 협상 과정에서 고생한 원내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해 만든 '예산안 뒤풀이'에 김 의원도 초청한 것.
여의도의 한 감자탕 집에서 열린 '심야 뒤풀이'에는 원내부대표단을 포함해 15명 가량의 당 소속 의원들이 참석, 김 대표와 '소맥(소주+맥주 폭탄주)'을 마셨다. 지난해 예산안 통과 직후에도 김 대표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2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12년 만에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 처리된 것을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