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국정감사는 망신 주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의 이상 징후를 찾아내 치료법을 찾는 건강검진이다."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이 지난 6일 올해 첫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고성과 파행으로 얼룩진 다른 상임위와 달리 이번 재경위 국감은 그 취지에 비교적 충실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치 구호 대신 객관적 데이터와 분석 지표를 앞세워 나라 경제의 환부를 짚었다. 정책 국감의 기준은 현안을 관통하는 시의성 있는 질의였는지, 제도의 사각지대를 드러냈는지, 정책 수장으로부터 현실에 대한 인식과 개선 의지를 끌어냈는지에 있다.
지난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국감에서는 재정 여력과 성장 전략을 놓고 여야의 수(數)싸움이 벌어졌다. 200조원대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야당은 4%대 국채 조달금리와 3.8%대 운용수익률 간 역마진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정 건전성을 따졌다. 여당은 반도체 초과세수를 신산업과 복지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적극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미 투자와 부동산 세제 개편의 실효성도 쟁점이 됐다.
12일 한국은행 국감에서도 정책 검증은 이어졌다. 야권은 정부의 확장재정과 한은의 긴축 기조가 빚을 수 있는 정책 엇박자를 지적했다. 반도체 호황의 이면에 가려진 민생경제의 어려움과 기준금리 부담이 지방·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건강검진은 진단일 뿐 치료는 아니다. 2013년 기재위 국감에서 여야는 고소득 전문직의 30만원 미만 '쪼개기 결제'를 통한 탈세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이듬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기준을 10만원 이상으로 낮추는 세법 개정으로 이어져 과세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번 국감도 마찬가지다.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의 재정 부담과 운용 수익성을 검증하고, 적극재정의 효과가 성장뿐 아니라 민생 회복과 재정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는지 따져봐야 한다. 금리 부담을 줄일 실질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국감의 성패는 날카로운 질의가 아니라 후속 입법과 정책 변화로 판가름 난다. 국회와 정부가 진단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처방과 이행 결과로 답해야 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