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금감원장 "중복상장 해당 판단"…주주가치 훼손·이사회 책임까지 쟁점(종합)

상장 여부와 방식조차 확정되지 않은 SK하이닉스(1,277,000원 ▲5,000 +0.39%)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을 두고 정치권에서 벌써 상장 중단·전면 재검토 요구부터 해외 중복상장 규제 강화 주장까지 쏟아지고 있다. 주주 보호 필요성과 별개로 정치권이 기업의 구체적인 자금조달안보다 앞서 결론부터 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솔리다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중복상장 문제가 해외로까지 확장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의 이익이 희석될 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저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증권신고서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외 상장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강일 의원은 "해외 상장일 경우 당국이 막을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가이드라인은 있으나 제도적 공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촘촘히 더 보완해야 한다"고 하자 이 원장은 "예"라고 답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도 이 원장에게 솔리다임이 중복상장에 해당하는지를 물었고 이 원장은 "그렇게 금융위와 금감원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런 방식의 해외 우회상장을 통해 앞으로도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주주 보호라는 문제의식은 공유하면서도 해법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상장 자체를 막거나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서 솔리다임 상장을 "하이닉스 주주의 이익을 SK 총수와 계열사가 편취하도록 설계된 '슈킹 컴퍼니'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 이 상장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상장 중단보다는 해외 상장에도 국내 수준의 주주 보호 장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솔리다임의 상장을 추진한다면 그 필요성과 모회사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솔리다임 상장이 실제로 SK하이닉스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경우 이사회에 상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따져 물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975명 읽는 중
김 의원은 "중복상장을 하게 되면 신규 주주들이 들어와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더라도 그 이익이 SK하이닉스에 전부 돌아가지 않고 다른 주주들에게 나뉘게 된다"며 "이런 중복상장 결정으로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떨어진다면 하이닉스 이사들이 상법상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질의를 받은 박성민 인천지방공소청장은 "개별 사안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 청장은 지난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확대한 상법 개정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이었다.
김 의원은 법무부가 이사회의 주주 보호 의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나중에 개인 주주들이 상법상 문제를 제기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미 발생한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을 약 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확보한 미국 반도체 기업이다.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최대 10조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과정에서 외부 투자자의 지분이 늘어나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가 누리는 경제적 이익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솔리다임의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설비투자 등에 활용하면 SK하이닉스의 중장기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주주가치 훼손 여부는 상장 가격과 지분율 변화, 조달 자금의 사용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