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도박장 같다" 순식간에 '돈 삭제'…국정지지율도 흔들

"사이버 도박장 같다" 순식간에 '돈 삭제'…국정지지율도 흔들

김지은 기자
2026.10.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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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치의 과잉, 사라진 민생⑦]
반도체 추격 매수 개인투자자들 손실 확대…주거비 부담에 투자손실까지
경제 긍정평가 35%·부정평가 47%…"증시불안, 국정 운영 부담 될 수도"

15일 오후 5시 기준 SK하이닉스 주가가 120만원대로 떨어진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15일 오후 5시 기준 SK하이닉스 주가가 120만원대로 떨어진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사이버 도박장 같아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4월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자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 A씨는 "다들 코스피, 반도체 이야기를 하니 나만 안 들어가면 바보가 될 것 같아 집중적으로 샀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A씨의 투자 손실도 커졌다. 15일 기준 손실액은 약 1000만원이다. A씨는 주식 앱도 삭제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 팔면 손실이 확정되는 셈이라 뺄 수도 없다"며 "여기서 더 떨어지면 정말 패닉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과 증시 상승 기대에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고 있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30대 직장인 B씨도 이달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하이닉스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현재 약 2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B씨는 "SK하이닉스가 160만원대일 때 저점이라고 생각해 들어갔다"며 "그런데 주가가 120만원대까지 떨어지니 멘붕이다. 물타기를 하고 싶어도 당장 투입할 자금이 없다"고 말했다.

손실이 커지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B씨는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약속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하루에도 주식시장이 몇 퍼센트씩 요동치는 걸 보면 (주식시장이) 근본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시 불안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과 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도 부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분야별 정책 평가 2025~2026년/그래픽=이지혜
이재명 정부 분야별 정책 평가 2025~2026년/그래픽=이지혜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5%,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7%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지난 3월 58%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이번 조사에서 부정 평가와의 격차가 12%포인트로 벌어졌다.

증시 불안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이 가계 자산과 노후 대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커지면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말만 앞섰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월세 급등에 증시 하락까지 겹치면 정부가 자신 있게 내놓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정부가 증시 부양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만큼 최근 증시 급락은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40~50대가 손실을 입었다면 이들의 정부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최근에는 경제·민생 분야에 대한 평가도 예전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며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의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가 하락의 책임을 정부에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주식 투자로 300만원의 손실을 본 60대 C씨는 "주식은 결국 투자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연말까지 국내 증시가 회복될 수도 있는데, 모든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접촉률은 42.3%, 응답률은 9.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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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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