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넘어 복지적 접근 필요"

# 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가에서 집 앞에 배달된 1만8000원 상당의 고추장 택배 상자가 사라졌다. 집주인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고추장을 훔친 성모씨(77)는 법원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광진구의 한 매장에서 게토레이와 방울토마토, 밀키트 닭갈비 등 4만5780원어치 식료품을 훔친 김모씨(39)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올해 1월까지 상습적으로 소액절도를 이어오다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식료품 등 비교적 값싼 물건을 훔치는 '소액 절도' 사건이 연간 7만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이 생필품 등에 손을 대는 이른바 '생계형 절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소액 절도(피해액 10만원 이하 절도) 사건은 7만4244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루 평균 200건 넘는 소액 절도가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 소액 절도는 △2020년 5만3054건 △2021년 5만4972건 △2022년 8만666건 △2023년 8만541건 △2024년 8만1329건 등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급증한 뒤 올해까지 7만~8만건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소액 절도 가운데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식료품 등 생필품에 손을 대는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 4월 경기 고양의 한 빵집에서는 80대 여성이 단팥빵 5개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그는 20년간 병든 남편을 돌봐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는 "남편이 단팥빵을 좋아해 먹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게 늘어난 무인점포도 소액 절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데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상대적으로 값싼 물건을 주로 판매하는 특성상 범행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2021년 3514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1만1015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4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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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전에서는 한 무인점포에서 한 달 동안 17차례에 걸쳐 과자 등 약 19만원 상당의 식품을 훔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실직 후 생활비가 없어 범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소액 절도를 단순히 무인점포 증가에 따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노인과 실직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의 생활고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형사처벌과 함께 복지 지원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계형 범죄의 유인이 커진 데다 무인점포가 늘면서 손쉽게 범행할 수 있는 표적도 많아졌다"며 "특히 노인 등 취약계층과 청소년의 소액 절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인점포 점주는 보안을 강화하고 촉법소년 대상인 청소년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책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인 등 취약계층의 생계형 범죄는 형사정책만으로 해결하기보다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