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이혼 후 매달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던 A씨가 갑자기 직장을 잃었다. 수입이 끊기자 A씨는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자녀를 직접 키우는 전 배우자는 양육비를 줄일 수 없다며 맞섰다. A씨는 자신의 실직을 이유로 주기로 한 양육비를 감액받을 수 있을까.
실직을 이유로 양육비 감액을 청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직만으로 양육비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소득과 재산이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는지뿐 아니라 감액이 자녀의 생활과 복리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해 판단한다.
민법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미 정해진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 양육비 부담자의 실직이나 소득 감소가 있었다면 청구가 있을 경우 법원이 양육비 변경을 검토해볼 수 있다.
실직으로 경제적 사정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기존 양육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직했다고 해서 양육비 부담자가 스스로 판단해 기존에 정해진 양육비를 일방적으로 줄이거나 지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기존 양육비가 정해져 있다면 적법한 변경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기존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은 2023년 양육비 감액과 관련된 사건에서 이런 경우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을 고려해 양육비의 감액이 불가피하고 자녀의 복리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양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양육비 감액을 고려할 때 기존 양육비가 정해진 경위와 금액, 부모의 소득과 재산 상태 및 그 변화에 대한 책임 여부, 자녀의 나이와 교육 정도, 부모의 직업·건강·소득·자금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또 이혼 당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등 재산상 합의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도 판단 요소에 포함된다.
양육비 감액 여부를 판단할 때는 양육비를 부담하는 사람의 경제적 사정이 어떻게 변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주거 마련이나 자산 증식을 위한 대출은 양육비 감액 사유로 쉽게 인정할 수 없는 사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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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양육비 지급자의 실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재취업이 어려운 데다 별다른 재산도 없는 경우라면 양육비가 실제로 감액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감소가 일시적인지, 다른 재산까지 실질적으로 줄었는지, 다시 취업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법원이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는 평소 일하던 업계의 불황으로 퇴직한 뒤 장기간 재취업하지 못하고 특별한 재산도 없는 양육비 부담자의 사정을 고려해 장래 양육비를 감액한 사례가 있다. 실직 사실 하나만이 아니라 퇴직 경위와 재산 상태, 재취업 가능성, 자녀의 양육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법원이 결정한 것이다.
자녀가 성장하면 교육비와 생활비 등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양육비 감액을 결정할 때 양육비 부담자의 소득이 일부 감소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자녀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줄여야 할 정도로 소득과 재산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는지를 따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