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홈런 99타점을 책임진 외국인 타자가 빠졌는데 도무지 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팀이 있다. 매일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는 KT 위즈가 그 주인공이다.
KT는 28일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주말 3연전을 치른다.
28일 경기 전까지 KT는 66승 3무 42패로 2위 삼성(67승 3무 44패)에 0.5경기 차 앞선 1위다. 시즌 막판 선두 경쟁의 주도권이 걸린 맞대결이다. 첫 경기에서는 KT가 좌완 오원석(25), 삼성이 우완 김백산(23)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오원석은 올 시즌 18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하고 있으나, 삼성전에서는 2경기 평균자책점 3.97로 비교적 선전했다. 김백산은 올해 1군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KT가 완전한 전력으로 대구에 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타선에서는 가장 큰 구멍을 안고 있다. 주포 샘 힐리어드(32)가 둘째 출산으로 경조 휴가를 떠났다. 힐리어드는 올 시즌 110경기 타율 0.298(430타수 128안타) 30홈런 99타점 7도루, 출루율 0.368 장타율 0.560, OPS 0.928로 KT 타선을 이끌었다. 힐리어드는 전날(27일)부터 이번 삼성과 주말 3연전까지 자리를 비운 뒤 다음 주 복귀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힐리어드가 자리를 비우자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선수가 나왔다. 백업 외야수 장진혁(33)이다. KT는 전날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8회 양의지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아 4-4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같은 시각 2위 삼성은 키움 히어로즈를 15-2로 크게 꺾었다. KT가 패하면 선두 자리를 내준 채 대구로 향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장진혁은 연장 1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이용찬의 직구 3개를 골라낸 뒤 한가운데 들어온 시속 146㎞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고 3시간 34분의 승부가 그대로 끝났다. 장진혁의 시즌 2호이자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덕분에 KT는 5-4로 승리해 1위를 지킨 채 대구행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끝내기 홈런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장진혁은 경기 전까지 올해 42경기에서 40타석만 소화한 철저한 백업이었다. 최원준(29) 힐리어드, 안현민(23)이 버티는 외야에 좀처럼 빈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힐리어드의 출산 휴가로 11일 만에 찾아온 선발 기회를 자신의 야구 인생 첫 끝내기 홈런으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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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인 26일 수원 두산전도 그랬다. 이 경기에서는 베테랑 김현수가 3-4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2타점 끝내기 적시타를 터트려 KT에 5-4 역전승을 안겼다.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절묘한 끝내기 안타였다. 이틀 연속 같은 5-4 끝내기 승리였지만 주인공은 달랐다.

주포 힐리어드가 빠졌는데도 KT의 삼성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삼성 역시 전날 키움전에서 20안타를 몰아치며 15점을 뽑았을 만큼 타선의 기세가 뜨겁다. 객관적으로 KT에 힐리어드의 부재는 분명한 악재다.
그러나 선두 경쟁처럼 한 경기의 무게가 커지는 시기에는 예상하지 못한 한 명의 활약이 시리즈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KT에는 힐리어드가 아니어도 김현수와 안현민, 최원준 등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이 있고, 그 뒤에서는 장진혁처럼 적은 기회에도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수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삼성을 끌어내리고 70일 만에 1위에 올라선 KT는 이후 한 달 가까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맞대결을 앞두고 이틀 연속 서로 다른 마법사가 출현했다.
팀명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팀도 드물다. 주포가 빠져도 어디선가 또 다른 주인공이 나타나는 '마법사 군단'. 힐리어드 없는 대구 3연전에서도 KT가 믿는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