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내년 1월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개최지 변경 또는 '1년 연기'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 경우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임시 감독과 한국 대표팀 간 동행도 6경기 만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호주 통신사 AAP는 14일(한국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 공격으로 아시안컵의 안전한 개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충돌이 진정되지 않으면 개최국 변경보다는 2028년 1월로 대회 개최를 1년 미루는 시나리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10일 킹 칼리드 국제공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다국적 민간인 13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하루 뒤 정체불명 발사체가 터미널을 또 타격하고, 리야드 도심 한복판에서도 강력한 연쇄 폭발음이 듣리는 등 현지 정세가 매우 불안한 상태다.
이 여파로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경기 킥오프 시간이 연기되는 등 정상적인 경기 개최 역시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자연스레 내년 1월부터 약 한 달간 사우디에서 예정된 아시안컵 정상 개최 여부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당초 11월 A매치 평가전 개최지로 사우디를 염두에 두고 있던 대한축구협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여러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사우디 리야드와 제다, 코바르 등 3개 도시 8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아시아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다. AFC가 주관하는 가장 큰 국가대항전 대회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24개 팀이 참가하고, 리야드와 제다, 코바르 등 사우디 3개 도시 8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최근처럼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AFC가 대회 개최를 강행한다면 선수나 팬 안전 등을 위해 참가를 포기하는 팀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아시안컵이 1년 미뤄지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이끄는 모레노 감독도 11월 평가전을 끝으로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임시 사령탑인 모레노 감독은 9·10월 A매치 4연전, 그리고 11월 예정된 A매치 2연전까지 총 6경기를 지휘한다. 정식 계약 기간은 11월 27일까지다. 대신 6경기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내부 평가를 거쳐 내년 1월 예정된 아시안컵까지도 계속 팀을 이끌 수 있는 조건이 붙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 사퇴 이후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을 선임한 건 정몽규 회장 사퇴로 현재 수장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새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우선 임시 사령탑 체제로 대표팀을 운영하다, 이후 새 회장 체제에서 정식 절차를 거쳐 정식 감독을 선임한다는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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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 감독과 11월 말까지 계약하되 축구협회 평가에 따른 아시안컵 지휘 옵션을 덧붙인 건 새로운 감독 체제로 아시안컵에 나서기엔 준비 시간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모레노 감독이 6경기를 잘 지휘한 뒤 아시안컵까지 지휘하는 게 모레노 감독도, 대한축구협회나 대표팀 입장에서도 이상적인 시나리오였다. 현실적으로 모레노 체제로 아시안컵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크게 실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만 만약 아시안컵이 연기되면 모레노 감독은 11월 말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대표팀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후 대한축구협회장 새 회장 체제에서 정식 사령탑을 선임하는 절차에 다시 지원해 다른 후보자들과 경쟁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아시안컵은 물론 월드컵까지 임기가 보장된 사령탑을 찾는 과정인 만큼 임시 감독 지원 당시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야 한다.
한편 모레노호는 지난 9·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에콰도르와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베네수엘라와는 비겼다. 또 우루과이에는 1-4로 져 2승 1무 1패 성적을 남겼다. 우즈베키스탄전 직후엔 김민재와 황희찬, 황인범 등 1996년생 주축 선수들의 대표팀 동반 은퇴설과 맞물려 손흥민·이재성 등 1992년생 간 갈등설이 불거지는 등 대표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다.
모레노 감독은 임시 감독으로 6경기만 지휘하는 것에 빗대 6층짜리 건물을 짓는다는 국내 취재진 표현에 "한국에서 6층짜리 건물은 너무 낮은 건물이다. 더 높이 짓고 싶다"며 계약 기간 이후에도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