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의 잔혹했던 천적 데이터는 가을 무대에서도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30)의 KIA 타이거즈전 난조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가을야구 첫 판부터 호랑이 군단의 화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이번 정규리그 KIA를 상대로 2차례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25로 고전했던 페덱이 단기전 첫 등판에서도 호랑이 타선의 화력을 넘지 못하고 조기에 흔들렸다.
출발은 완벽에 가까웠다. 페덱은 1회초 선두타자 박정우와 후속 박재현을 연거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산뜻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투아웃 이후 시작된 KIA의 집중력이 에이스를 흔들었다.
3번 김도영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내준 볼넷이 화근이었다. 김도영은 4번 카스트로 타석 초구에 지체 없이 2루를 훔쳤다. 흔들린 페덱은 카스트로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1루수 르윈 디아즈의 아쉬운 포구 판단과 우익수의 홈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상황이 급격히 꼬였다. 김도영의 득점에 이어 타자주자 카스트로마저 3루를 밟았고, 페덱은 나성범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얻어맞으며 1회에만 2실점을 떠안았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불운이 있었지만, 이후에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3회초 역시 2사를 먼저 잘 잡아놓고 자멸했다. 김도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맞이한 4번 카스트로와의 승부가 찾아왔다.
페덱은 피치클락을 의식하며 세 차례나 투수판을 이탈하는 등 극도의 긴장감을 드러냈고, 끈질기게 파울을 걷어내며 타이밍을 잰 카스트로에게 결국 9구째 몸쪽 공(시속 117km 커터)을 통타당했다.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간 비거리 115m짜리 대형 투런 아치. 스코어는 0-4까지 벌어졌다.
끝이 아니었다. 4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페덱은 하위 타선마저 제어하지 못했다. 선두로 나선 지명타자 한준수를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던진 3구째 가운데로 살짝 몰린 실투가 그대로 통타당했다. 타구는 라이온즈파크 우측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비거리 120m짜리 솔로 홈런으로 연결됐다.
카스트로의 투런포에 이어 한준수에게 쐐기 솔로포까지 얻어맞은 페덱의 실점은 순식간에 5점으로 불어났다. 정규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호랑이 공포증'을 지우지 못한 페덱은 1차전 기선제압이라는 중책을 안고도 난타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독자들의 PICK
지금 451명 읽는 중
페덱은 5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선두타자 박재현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다음 김도영을 상대하며 13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94개까지 투구 수가 불어났다. 삼성 벤치는 5회 2사 상황에서 배찬승을 마운드에 올렸다. 페덱의 최종 성적은 4⅔이닝 5피안타(2홈런) 4탈삼진 2볼넷 5실점이었다. 이날 페덱의 최고 구속은 154km였다. 직구를 비롯해 투심,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스위퍼를 섞어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