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평생 자랐지만, 나는 100% 한국인이다."
V리그 21년 역사상 최초의 외국국적동포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오드리 박(24·한국명 박혜린)이 한국 무대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를 밝혔다. 단순히 새로운 리그에서 뛰는 것을 넘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오드리 박은 2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6~2027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IBK기업은행의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신장 180㎝의 세터 오드리 박은 미국 명문 UCLA 대학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뒤 미국 프로배구 메이저리그배구(MLV) 콜럼버스 퓨리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유럽 등 다른 해외 무대에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부모님의 나라 한국이었다.
드래프트 직후 만난 오드리 박은 "한국에서 뛸 수 있을지 알아보는 과정이 길었다. 이렇게 한 팀의 선택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 전체 1순위를 예상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웃었다.
이어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부모님 두 분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고, 조부모님도 서른 살 무렵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가족들이 태어나고 살았던 나라에서 내가 사랑하는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에서 평생 자랐지만 100% 한국인이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 훌륭한 리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적 취득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KOVO는 올해부터 외국국적동포 선수의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허용했다. 다만 입단 후 6년 이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오드리 박은 "규정이 바뀌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전달받았다. 한국 국적 취득은 나도 하고 싶은 일"이라며 "그러려면 한국어를 많이 배워야 한다. 일단 한 시즌,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 뛰고 한국어도 최대한 배우겠다. 시즌이 끝난 뒤 다시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적 취득이 궁극적인 목표인지 재차 묻자 "그것이 나의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향후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로 뛸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정말 멋진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세터는 공격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한국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오드리 박에게는 적응이 필요하다. 오드리 박은 "아직 배워야 할 한국어가 많다. 다행히 배구에서는 높게, 낮게, 빠르게 등 세계적으로 통하는 표현들이 있다. 통역의 도움도 받겠지만 동료들이 나와 최대한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다. 세터에게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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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강점으로는 승부욕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꼽았다. 오드리 박은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것을 좋아했다. 팬들이 내 경기를 보면서 열정과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미들블로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공격을 다양하게 전개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브와 전위 플레이 등 토스 외의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자신했다.
사령탑의 기대도 크다. IBK기업은행 마나베 마사요시(63) 감독은 "180㎝라는 큰 신장과 해외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 블로킹에서도 장점이 있다.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비는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신장이 크고 해외 경험이 있는 세터의 합류는 팀에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기대했다.
오드리 박은 한국에서의 새로운 생활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양가 조부모님과 가까이 살았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두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다. 특히 수제비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