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도 매수 일색, 10년간 투자의견 하향 1.51%뿐…당국, 영업·IB 영향 줄이고 매도 리포트 작성 부담 낮추기로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은 한번 정해지면 10년이 지나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2024년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97.16%가 기존 투자의견을 유지했고 하향 변경은 1.51%에 그쳤다. 금융당국도 매수 의견 편향에 따른 리서치 신뢰도 문제를 인정하고 영업·기업금융(IB) 부문의 영향을 줄이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1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교보증권의 매수 의견 비중은 99.3%, 하나증권은 97.3%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매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85.5%였지만 나머지 14.5%는 모두 중립 의견으로 매도는 없었다. 한국투자증권도 매수 86.0%, 중립 14.0%로 매도 의견은 없었다.
장기 통계에서도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00~2024년 국내 애널리스트 리포트 73만5162건을 분석한 결과 2015~2024년 기존 투자의견을 유지한 비중은 97.16%였다. 하향 변경은 1.51%, 상향 변경은 1.33%에 그쳤다.
물론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은 단기 주가 예측과는 다르다. 기업가치와 목표주가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해도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다면 매수 의견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매수 의견 일색에 기존 의견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구조에서는 매수·중립·매도라는 투자의견 자체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은 국내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서 "과도한 낙관성이 관찰된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 분석에 따르면 증권사의 중개·IB 수익성과 분석 대상 기업과의 관계 등이 낙관적인 투자의견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이 같은 이해상충 요인이 애널리스트의 객관적인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이날 매수 의견에 편중된 리포트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 1% 미만이고 매수 의견 편중으로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지속돼왔다고 밝혔다. 매도 의견이 영업·기업금융 업무에 미칠 영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금융당국은 리서치 부서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원칙을 금융투자협회 규정에서 금융투자업규정으로 격상할 계획이다. 리서치 예산의 영업·기업금융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영업 부문의 과도한 영향력을 배제하는 한편 목표주가 괴리율 등 객관적 지표의 활용도 늘린다. 준법감시인의 사전 승인을 전제로 매도 의견 작성자가 성명 기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매도 의견 제시에 따른 부담도 낮출 방침이다.
안 의원은 이 같은 당국의 대책에 대해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현재도 사실상 애널리스트들이 누군가의 명백한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알아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작성자별로 전망 정확도 등을 추적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공개해 리포트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