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급락 긴급진단] ①단기 변동성 불가피…반도체 실적 견조, 내년 상반기 안정 기대

미국발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11월 첫 거래일부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반도체 수익성 등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는 만큼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다. 오히려 주가 조정으로 중장기적 투자 매력은 높아졌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변동성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수급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물가·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의 개선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 싸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급락 여파를 당장 피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30일 이미 3.48% 하락했고, 외국인이 1조6173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수급 공백까지 이어졌다. 외국인은 지난 10월 한 달 코스피시장에서 12조2370억원을 순매도했다.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해지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이다.코스피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40% 수준까지 높아진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환경으로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며 차익실현성 매물이 쏟아졌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장이 됐다"며 "파운드리 비중이 큰 대만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는 사이클이 큰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아 심리적 요소가 더 강하게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VKOSPI(코스피200 지수 변동성)도 지난 9월 30대로 떨어졌으나, 10월 중순 들어 상승하더니 다시 50을 상회하고 있다. VKOSPI가 40을 넘으면 통상 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매우 큰 수준으로 평가된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 "최근 국내 증시의 조정이 기업의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과 기술적 매도 압력, 수급 악화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주가에 선반영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급까지 꼬여 있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견뎌야 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다만 "코스피 5500선의 하방 지지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단기 변동성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225,000원 ▼7,000 -3.02%)와 SK하이닉스(1,418,000원 ▼108,000 -7.08%)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급 수익성을 확인시켜 줬으며,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TA(장기공급계약)을 통해 향후 공급 물량의 상당 부분을 미리 확보하는 등 수요 기반도 견고하다는 평가다.
미국 증시의 구글·아마존·인텔 쇼크가 국내 반도체 업황을 악화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루 만에 주가가 29%나 떨어진 인텔 쇼크는 AI 수요 급락의 증거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가 PC로 갈 메모리 반도체를 흡수하면서 PC 가격이 오르자 수요가 떨어지며 발생한 것"이라며 "GCP(구글클라우드플랫폼)이나 AWS(아마존웹서비스)의 FCF(잉여현금흐름) 악화는 AI로 헤게모니가 옮겨가는 상황에서 기존 비즈니스가 훼손되는 변곡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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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센터장도 "구글과 아마존의 FCF는 내년까지 적자가 이어지겠지만 내후년부터 점진적으로 흑자 전환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사용량은 매 분기 성장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는 FCF 적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동성 장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AI 투자 비용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려면 기업 실적뿐만 아니라 물가와 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의 개선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미 Fed(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 고물가·고금리 환경 등 매크로 환경이 진정돼야 AI 투자 비용 과다론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추세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단기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격한 조정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현재 이익 수준과 실적 전망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에 펀더멘털이 견조한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