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어치 고급 술 도둑맞은 中 전직관료, '뇌물 의혹' 불똥

5억원어치 고급 술 도둑맞은 中 전직관료, '뇌물 의혹' 불똥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9.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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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8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가격표가 붙은 다양한 마오타이주가 진열된 유리 진열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로이터
2012년 8월 8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가격표가 붙은 다양한 마오타이주가 진열된 유리 진열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로이터

중국 전직 고위 관료의 집에서 마오타이와 우량예 등 고급 술을 수년간 빼돌려 약 240만위안(약 5억원)을 챙긴 집사가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집사는 훔친 술 상당수가 이 집 주인인 전직 관료가 받은 뇌물이라고 주장하며 부패 의혹을 신고했지만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1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산둥성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25일 절도죄로 기소된 리펑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올해 38세인 리펑은 2020년 말 사모펀드 회사 책임자인 천루(가명)의 운전기사로 취업했다. 이후 천씨 집에 거주하면서 운전과 요리, 자녀 돌봄, 회사 행정업무 등을 담당하는 사실상의 집사 역할을 했다. 천씨의 아버지는 현재 80대로 20여년 전 산둥성 부성장을 지낸 전직 고위관료였다.

리펑은 2021년 4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집 열쇠와 차량 출입카드 등을 이용해 천씨 가족의 자택에서 마오타이와 우량예 등 고급 술을 수차례 빼돌려 팔았다. 검찰이 확인한 불법 수익만 243만5000위안이다. 리펑은 2년6개월 동안 고급 술 80상자 이상을 팔았다고 진술했다.

범행은 2023년 10월 천씨 남편이 칭다오 자택에서 마오타이 6상자가 사라졌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칭다오와 베이징, 지난의 자택에서 최소 마오타이 50상자와 우량예 2상자, 와인 20병을 비롯해 손목시계와 보석 등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리펑은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가져가는 대신 장기간 조금씩 빼돌리는 이른바 '개미 이사' 수법을 사용했다. 천씨 아버지의 집에서 칭다오로 술을 운반하면서 일부를 빼돌려 팔고 빈 술 상자를 가짜 술로 채워놓기도 했다.

재판에서는 절도와 횡령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리펑 측은 고급 술의 운반과 관리 등을 맡았기 때문에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천씨 가족이 술의 보관·관리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라며 절도죄로 판단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천씨 일가의 부패 의혹이다. 리펑은 2024년 7월부터 천씨가 뇌물을 제공하고 천씨 아버지가 뇌물을 받거나 출처를 설명하기 어려운 거액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감찰 당국에 신고했다. 리펑은 자신이 훔친 술 상당수가 천씨 아버지가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천씨 가족을 위해 일한 3년 동안 천씨 아버지에게 들어온 마오타이 등 고급 술이 100상자가 넘었으며 천씨 가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 고급 술도 최소 90상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243만위안어치의 술을 팔았는데도 천씨 아버지가 발견하지 못했다"며 "집에 얼마나 많은 술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진술했다.

천씨 측은 부패 의혹을 부인했다. 천씨는 도난당한 마오타이 등을 2006년 이후 주류 판매점과 호텔에서 자신의 돈으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접대용으로 사용하거나 가치 상승을 기대해 수집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거래업체 확인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리펑 측은 전직 부성장 일가의 부패 의혹을 신고한 점을 형량 감경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고 내용이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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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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