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립밤을 건전지와 교환?…아리아나도 빠진 '피젯 트레이딩'[트민자]

쓰던 립밤을 건전지와 교환?…아리아나도 빠진 '피젯 트레이딩'[트민자]

정혜인 기자
2026.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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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생성형 AI '챗GPT'가 생성한 피젯 트레이딩 트렌드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형 AI '챗GPT'가 생성한 피젯 트레이딩 트렌드 이미지 /사진=챗GPT

#룸메이트 2명이 서로 짝이 맞지 않는 양말 한 켤레와 사용감이 가득한 거품기를 교환한다.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오래된 잡지 여러 권과 건전지 하나를 맞바꾼다. 각 거래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댓글 창에는 다음 거래에 내놓을 물건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피젯 트레이딩'(Fidget Trading)의 모습이다. 피젯 트레이딩은 원래 슬라임 등 손으로 만지거나 눌러 반복적인 촉감을 즐기는 '피젯 장난감'을 서로 교환하는 아동·청소년들의 놀이 방식이다.

자신이 가진 장난감을 내놓고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면서 교환 조건을 맞춰간다. 그런데 최근 성인들이 피젯 장난감 대신 일상용품을 교환하는 SNS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도 동료들과 피젯 트레이딩을 하는 영상을 X에 공유했다. 어린이들이 즐기던 '피젯 트레이딩'이 어른들의 새로운 SNS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성인 피젯 트레이딩'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RK 동료들과 피젯 트레이딩을 하는 모습/영상=X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RK 동료들과 피젯 트레이딩을 하는 모습/영상=X
"가격표는 없다"…포커 게임 연상케하는 '취향 밀당'

미국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뉴엔젠(New Engen)은 최근 틱톡 유행을 소개하며 피젯 트레이딩이 '두 번째 막'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아이들이 피젯 장난감을 교환했다면 성인들의 '피젯 트레이딩'은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손에 잡히는 일상용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 방식은 단순하다. 먼저 자신이 내놓을 물건을 SNS에 올린 뒤 상대방의 제안을 기다린다. 제안이 마음에 들면 체크(✓) 표시를 하고 거래가 성사된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플러스(+) 표시로 다른 물건을 추가해달라는 뜻을 전달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엑스(X) 표시로 거절한다.

가격표나 공식적인 시세가 없는 만큼 거래 당사자가 그 자리에서 조건을 만들어간다. 물건의 가치도 고정돼 있지 않다. 결국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물건의 가격표가 아니라 서로의 취향과 필요 여부다.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집이나 책상 주변에 있는 물건만으로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성인 피젯 트레이딩의 특징이다. 특별한 장난감 대신 이미 가지고 있던 립밤, 작은 식물, 키링, 미개봉 화장품 등을 거래 대상으로 삼으면서 물건을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가진 물건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는 경험 자체를 즐긴다.

미국 매체 인텔리전트는 성인 피젯 트레이딩의 매력으로 낮은 진입장벽과 일상적인 물건에도 각자 나름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뉴엔젠은 물건 자체보다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이 성인 피젯 트레이딩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봤다. 상대방의 제안을 판단하고 끊임없이 조건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게임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터무니없는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거나, 거래 성사를 위해 다른 물건을 하나 더 얹어가며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마치 포커 게임을 지켜보는 듯한 재미를 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얘기다.

/영상=틱톡
/영상=틱톡
카메라 앞 협상극…'탈소비' 바람 타고 확산

SNS는 이런 '협상극'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거래 테이블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물건을 촬영하고,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체크나 플러스, 엑스 표시를 보여주면 거래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좋은 거래'인지 '나쁜 거래'인지 자막을 붙이고 당사자의 표정과 반응을 담으면 별도의 복잡한 연출 없이도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성인 피젯 트레이딩은 새 물건을 사지 않고 있는 물건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고물가 시대와 함께 2024년 미국에서 확산한 언더컨섬션 코어(덜 소비하기 문화)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새 제품을 사는 대신 이미 가진 물건을 끝까지 쓰고 고쳐 쓰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생활비 상승과 인플루언서의 과시성 소비에 대한 피로감이 맞물리며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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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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