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갑정 사장 "가격 거품 빼고 백화점 밖으로 나가라"
"수입 가전업체들이 백화점 판매를 고집할 때 할인점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가격을 합리화한게 주효했습니다."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코리아 박갑정 사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이 버티고 있는 한국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비결을 가격 합리화와 유통채널의 변화에서 찾았다.
수입 가전 업체들이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를 위해 고가 전략, 백화점 판매를 고집할 때 과감히 틀을 깼다는 얘기다. 수입 가전 업체 중 할인점 판매를 시작한 것도 일렉트로룩스가 처음이었다. 프리미엄 제품의 이미지는 가져가되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수입업체들로부터 '물을 흐린다'고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회사들도 우리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후로는 백화점을 비롯해 이마트, 하이마트 등에서 매주 마케팅 행사를 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회사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매출도 크게 키웠다.
실제로 일렉트로룩스는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지난해 시장점유율 4위(금액기준)로 3위인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2005년 상반기 주력품목을 세탁기에서 청소기로 전환한 후 2년도 안돼 시장점유율이 2배 높아졌다. 게다가 '외산 가전의 무덤'이라는 한국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더 주목받고 있다.
가격의 거품을 뺀 가격합리화 정책도 일렉트로룩스의 급성장에 일조했다. 지금은 20만원대 청소기도 판매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국내산 제품보다는 다소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먼지 누출 제로 등 제품의 기능이 좋다면 국내 소비자들도 기꺼이 지갑을 더 열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는게 박 사장의 해석이다.
일렉트로룩스는 청소기 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올 9월부터는 소형 주방가전 라인업을 강화한다. "현재도 소형 가전을 취급하고 있지만 상반기에 믹서기, 토스터기, 커피메이커 등 주방 소형가전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해 9월에는 다양한 가격과 디자인의 제품을 갖추고 시장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유통망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전국 가전 유통매장의 40% 정도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를 50~60% 정도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100여명인 판매사원도 연말까지는 200명까지 배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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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마지막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제품 전략에 대한 뼈있는 지적을 했다. "드럼 세탁기 등을 보면 국내 가전업체들이 대용량 제품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물이나 전기 사용량만 늘릴 뿐 일상에서 이렇게 큰 제품이 필요치 않다"는 것. "제조업체들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 시장만 키우겠다는 근시안적 전략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게 수입 가전만 16년간 다뤄온 박 사장의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