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중견기업 사장의 '드라마론'

[기자수첩]어느 중견기업 사장의 '드라마론'

강경래 기자
2009.12.07 14:25

"지상파방송 드라마를 보면 나이 30세 안팎의 인물들이 서울 소재 대기업 임원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드라마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설정이 지방에 위치한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 적지 않은 소외감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장비 대표기업주성엔지니어링(125,900원 0%)황철주 사장은 기자와 만날 때면 으레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다룬, 이른바 '드라마론'에 대해 열변을 토하곤 한다.

황 사장의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듯 '다함께 차차차'(KBS) 이철 본부장(이종수 분)과 '그대, 웃어요'(SBS) 이한새 이사(이규한 분) 등 드라마 속 인물들은 나이로 봐서는 기업 내 말단 직원 혹은 대리급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임원자리를 꿰차고 있다.

물론 이 캐릭터 상당수가 재벌2세 혹은 유학파라는 이점을 가지고 입사 초기부터 임원자리에 오른 것이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또 열심히 노력하면 젊은 나이에도 임원에 오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일 가운데 극히 드문 사례가 드라마에서는 일반화돼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드라마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 대기업을 배경으로 하며, 가끔 반영되는 지방 소재 기업은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이른바 '3D' 업종을 연상케 하는 설정이 전부다.

이러한 드라마를 시청한 불특정 다수가, 특히 취업준비생들이 지방에 위치한 건실한 기업에 입사해 엘리트로 성장하려하기보다,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서울에 있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게 아닌가 싶다. 때문에 지방에 위치한 상당수 기업들이 요즘 같은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때 아닌 구인난을 겪는 등 '풍요 속 빈곤'을 경험하는 듯하다.

드라마 작가들이 직장 생활에 대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동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구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해 아쉽다. 황 사장과 같은 지방 소재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우수 인재 확보에 고민하지 않도록, 드라마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을 보다 충실히 반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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