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조업 현장 흔드는 중국의 공세

[기자수첩]제조업 현장 흔드는 중국의 공세

장웅조 기자
2009.12.31 08:35

"중국 때문에 고생한 한 해였습니다. 중국산 제품과는 적어도 가격으론 경쟁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연말 철강업계 관계자가 한 해를 돌아보며 던진 한마디다.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에 연초부터 매출 감소를 겪던 그의 회사는 하반기의 철강업 회복국면에서도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수입량이 작년보다 무려 20% 늘어날 정도로 매서웠던 중국산 철강의 저가공세 때문이었다. 톤당 50~100달러에 이르는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매자들을 만나 '별 이야기'를 다 해 봤다는 그에게, 2009년은 유독 고생스러웠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경제공세가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올해 들어 한국기업들은 그 위력을 유난히 절감해야 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그랬다.

대표적인 분야가 조선업계다. 올해 계속된 수주난 속에서 중국 업체들이 낮은 선가와 자국 발주량 몰아주기를 통해 한국 조선소들의 일감을 가져가기 시작하자, 국내업체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조선협회가 1년마다 한 번씩 여는 잔치인 '조선의 날' 행사에서, '한국'이라고 적힌 헬멧을 쓴 캐릭터가 '중국' 캐릭터에게 뒤를 밟히는 동영상이 상영됐다. 영상물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따돌리고 앞으로 계속 달려가는 결말로 끝이 났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불과 한 달 뒤, 한국은 사상 최초로 중국에게 조선 수주잔량 1위를 내줬다.

제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 집중 육성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 분야들이 반도체·철강·조선·석유화학·의류·자동차 등으로 한국의 주력산업과 겹치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달 종료된 '중국경제공작회의'에서 10대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중국식 '구조조정'이란 정리해고가 아니라 군소회사들을 합쳐서 큰 기업으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구현을 통한 원가절감이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올해 내내 경험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가격'이 아닌 '품질' 쪽에서 비전을 찾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예컨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공급과잉의 시기에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디 온리(The only)'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떤 경쟁자도 넘을 수 없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적어도 조선업계를 보면 이 말이 맞는 듯하다. 조선 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양 플랜트 수주를 연이어 따내게 한 원동력이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력이었으니 말이다. '품질'로 승부하는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데 기업들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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