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電 '깜짝실적'과 이 회장의 '위기론'

[기자수첩]삼성電 '깜짝실적'과 이 회장의 '위기론'

성연광 기자
2010.05.03 07:56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계절적 비수기를 딛고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2분기 다시 최대실적 기록을 깰 것이란 장담까지 내놨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연간 성과를 기록한 이래 화려한 실적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이쯤 되면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복귀의 변으로 들고 나온 `위기론'이 무색해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이 회장은 경영복귀 일성으로 "지금이 진짜 위기다.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한 까닭은 뭘까. 삼성전자 1분기 성적표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기론의 근거가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이끈 주역은 `반도체' 부문이다. 지난 1분기 반도체에서 2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물론 삼성의 시장 경쟁력도 있겠지만, 엄밀하게 보면 반도체 시장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함께 삼성의 대표적 주력사업인 LCD 부문은 전체 업황이 호황국면인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놨다. 1분기 영업이익률에서 2배에 가까운 격차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추월당한 것.

또 휴대폰 등 주력 세트 부문에서도 선전했지만, 최근 글로벌 업계의 최대 `격전지`라 할 스마트폰 시장에선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업황 개선에 따라 실적은 좋아졌지만, 실제로는 이곳저곳서 위기의 신호가 감지된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실적 랠리가 이어지면서 이를 경계하는 시선은 더욱 늘고 있다. 특히 LCD와 반도체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 HP, 델 등은 휴대폰·PC 의 `컨버전스 트렌드`와 맞물려 차세대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삼성과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LCD 등 부품사업에서 확실한 시장 지배력을 쥐지 못한다면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이제껏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성장을 견인해왔던 `부품+세트' 복합 사업구조가 자칫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선 `독'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인 성과에 안주하기 보단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게 이 회장이 `위기론'을 꺼내든 진짜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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