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농업, 러시아에서 꽃 피워야

[기고]한국 농업, 러시아에서 꽃 피워야

나윤수 코트라 모스크바KBC 센터장
2010.07.19 11:16

러시아의 어느 도시에서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상점이 꽃집이다. 겨울이 길고 추운 기후로 인해 산과 들에서 화려한 색조의 야생화를 거의 볼 수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러시아인들은 장미, 카네이션, 백합 같은 꽃을 선물하고 선물 받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러시아 내 꽃 생산량은 아주 적고 전국에서 판매되는 꽃의 대부분은 절화(折花) 상태로 중남미나 아프리카와 같은 먼 외국에서 1주일 이상의 운송기간을 거쳐 수입된다.

러시아는 경작 가능한 토지가 7700만 헥타르에 달하는 세계 최대 농업국가중 하나다. 그런데도 구소련 시절이나 지금이나 매년 부족한 농산물과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러시아의 농업은 콜호즈와 같은 집단농장 체제였다. 자본주의로 전환되면서 집단농장은 해체되고 개인이 수천헥타르의 농지를 경작하거나 영농기업이 수만내지 수십만 헥타르의 농지를 보유하고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조방농업이 주류를 이룬다.

우리에게 일반화되어 있는 시설재배, 즉 비닐하우스에 의한 사계절 농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가을철부터는 채소나 과일을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

지금 러시아는 석유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국부를 바탕으로 전 산업의 현대화를 국가 핵심과제로 수행중이며 농업도 중요한 현대화 대상 분야중 하나다. 러시아의 농업이 취약하게 된 주원인은 과학적인 농업기술과 농산물 가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때문이다. 또 광활한 영토에서 농산물을 수송해야 하는 데서 오는 물류비용으로 인해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게 한다.

러시아 지방정부들은 외국기업이 농업에 투자해 주기를 기대하고 수만 헥타르의 농지를 장기 임차해 가도록 권유하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하려고 갖은 노력과 고생을 해 온 우리에게 이런 제안은 아주 매력적이다.

이는 우리의 앞선 농업기술과 농기자재를 러시아에 가져 와 끝이 보이지 않는 땅에서 마음껏 농사를 지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의 집약농업 기술을 조방농업에 접목시키며 특히 투자비가 적게 드는 비닐하우스나 나아가 최근 각광받는 `식물공장'에 의한 시설재배 기법을 러시아에 전수시킬 수 있다.

이 시설재배는 농업의 기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러시아 농민들에게 고용 기회를 만들어 주고 대지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도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각 지방에서 자체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니 크게 환영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러시아에는 농업에 종사하는 수만명의 고려인들이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한 점이다. 러시아 남부지역에는 대규모 농지를 보유하고 기업적 영농으로 성공한 고려인들이 다수 있어서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난 3년간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에 대한 농업 투자진출이 연해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최근에는 서남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러시아의 농업에 진출하는 목표를 식량자원 확보라는 제한적인 테두리가 아닌 농산물 생산과 가공에서 식품 소비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진출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본다.

아울러 러시아 농업에 진출하여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러시아의 농업 상황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어느 지역의 어떤 농지를 확보해서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어떻게 판매할 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방대한 농지를 임차해서 농산물을 대량 생산한다 해도 판로가 확보되지 않거나 채산성이 낮으면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진다.

투자 결정에 앞서 농지거래 등에 관한 관련 법령과 관행을 세심히 살펴보고, 농기자재나 종자를 한국이나 제3국에서 반입할 경우 통관 규정과 절차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완전한 현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러시아어에 능통한 직원을 채용하여 훈련시켜 현지에 파견함으로써 혼자서도 살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생활여건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러시아어외에 외국어가 거의 통용되지 않으며 고려인 동포들도 중국의 조선족과 달리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농업 투자는 장기적으로 한-러 양국에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이어야 한다. 단기간에 투자비를 회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한국기업이 현지 진출을 통해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며 러시아인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한 묵은 유산인 농업의 과제를 해결해 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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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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