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상반기 합산 14조원을 벌어들였다. 이란 전쟁으로 석유제품 수급 불안이 심화하면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인 데다 윤활기유 가격도 급등한 영향이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에는 저가에 들여온 원유를 고가에 판매하면서 발생한 재고 관련 이익이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하반기에는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S칼텍스는 지난 2분기 2조5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다. 앞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3조4873억원), 에쓰오일(9650억원), HD현대오일뱅크(1조8241억원)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8조8271억원에 달한다. 1분기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 5조9635억원까지 더하면 상반기 영업이익은 14조원을 넘어선다.
특히 윤활기유 부문이 정유업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고성능 윤활기유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내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기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는 2분기 69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도 윤활 부문에서만 40~50%가량의 영업이익을 확보했다.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차질로 정제마진이 강세를 이어간 점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24.7달러로 집계됐다. 업계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배럴당 4~5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역대급 실적에도 정유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중동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 곧바로 실적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당초 낮은 가격에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향후 유가가 하락하면 비싸게 사온 원유를 정제한 후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원유 도입처 다변화에 따른 기술·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비중은 전쟁 이전 70% 수준에서 최근 50~60%까지 떨어졌다. 줄어든 물량은 북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정유시설 대부분이 중동산 원유를 중심으로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다. 성상이 다른 원유의 도입 비중이 늘면서 정유공정 운영의 난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른 기술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운송비 등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동에서 국내까지 유조선이 도착하는 데는 통상 20~25일이 걸리는데 미국 걸프만에서 출발할 경우 40일 안팎이 소요된다. 운송기간이 길어질수록 용선료와 연료비, 보험료 등 물류비 부담도 커진다. 정부는 전쟁 직후 중동 이외 지역에서 도입하는 원유의 운임 부담을 한시적으로 낮춰줬지만 해당 지원을 종료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4~6월 석유수입부과금 납부한도인 리터당 16원 범위에서 운임 차액의 100%를 지원했었다. 이 조치는 지난 6월 말 종료됐고, 현재 환급률은 다시 기존 수준인 25%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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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원유 도입처 다변화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인 원유 조달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