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계 2위' 韓 조선업계를 위한 변명

[기자수첩]'세계 2위' 韓 조선업계를 위한 변명

우경희 기자
2010.07.30 07:01

'중에 추월당한 1등 조선국.'

올 상반기 중국의 선박 건조량이 한국을 제쳤다는 통계가 발표된 후 우려섞인 한 기사의 제목이다. 한국은 신규수주량과 수주잔량 면에서 지난해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데다 건조량마저 밀렸으니 객관적 1위 자리를 내준 셈이다. 위기감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한국 조선사들은 2위 취급이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주를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배 주문이 크게 줄었다. 배값도 급락해 심한 경우 반토막이 됐다. 같은 인건비와 자재비로 만들어 반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결단을 내렸다. 선박 수주를 아예 중단한 것이다. 대신 해양플랜트만은 꾸준히 수주했다. 우리만 만들 수 있으니 불황 속에서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조선시장에서 한국이 주춤하자 중국이 뛰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지난달 말까지 무려 3152척의 수주잔량을 쌓아 한국 조선사(1760척)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수주잔금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잔금은 1298억달러. 배는 2배나 수주하고도 한국 조선사들의 1555억달러에 비해 한참 적은 돈을 받았다. 저가수주를 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기가 살아나면 아무리 중국이라도 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른다. 저가수주한 배는 그래서 족쇄다. 중국정부가 손해를 보전해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반면 숨죽였던 한국 조선사들은 슬슬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경기가 풀리면서 발주된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20여척을 '싹쓸이'했다.

그것도 더 싸게 부른 업체들을 제치고 척당 1억달러 넘는 가격에 사인했다. 이어 50척에 달하는 컨테이너선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지만 중국 조선사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기술과 품질장벽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우리 조선업계는 이미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기술의 배'를 '우리가 요구하는 가격'에 파는 싸움을 하고 있다. 양의 경쟁에 연연하는 것은 아직도 개발경제 스타일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시선뿐이다.

'세계 1위'는 아니라 해도 여전히 '세계 최고'인 한국 조선이 하반기에 혁혁한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여전히 낮은 우리 갤러리들의 관전 수준도 그래야 따라서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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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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