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CD 위기? '또다시 찾아온 기회'

[기자수첩] LCD 위기? '또다시 찾아온 기회'

성연광 기자
2010.09.14 14:00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제는 천수답식 틀을 벗어나야 합니다." 최근 LCD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LCD산업은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자 대표적인 '천수답(天水畓)' 업종으로 분류돼 왔다. 천수답식이란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지하수나 저수지에서 끌어들이지 않고 오로지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에 비유한 것으로, 그만큼 시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08년 혹독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 한동안 '따뜻한 봄날'을 맞았던 국내 LCD산업은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거래선의 재고가 크게 늘면서 5개월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46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올 4월 434달러에서 이달 388달러로 5개월새 46달러나 급락했다. 이 뿐 아니라 올 초까지 공급이 모자라 가격이 상승했던 모니터, 노트북용 LCD패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여파로 AU옵트로닉스, 치메이이노룩스 등 대만 경쟁사들은 이미 지난달 적자 전환했고, 국내 기업 역시 이달 중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공장을 풀가동해도 거래선의 수요를 채우지 못했던 올초 분위기와 완전 딴판이다. 대만과 국내 일부 기업들이 감산에 들어갔는데, 업계에선 올 상반기 발표된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의 차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의 업체가 피해를 보았던 2008년 불황 때와 달리 이번에는 지역별, 업체별로 위기 체감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대만 기업들은 2년 전 위기를 맞아 투자를 주저했다.

반면 국내기업들은 공격적인 시설투자나 원가·구매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삼성전자(220,500원 ▼5,500 -2.43%)LG디스플레이(12,260원 ▼170 -1.37%)등 국내 기업들의 대형 LCD 패널 시장점유율(수량기준)이 50%를 돌파했고, 대만 경쟁사들과의 격차도 벌여 놓았다. 차별화한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이는 올들어 대만 경쟁사들이 전열을 다시 가다듬는 동안 3D TV용 고속액정 패널과 스마트폰용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뜨고 있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우위를 다지는 계기도 됐다. 국내 LCD업계가 또 다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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