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전 조용한 행보 왜?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전 조용한 행보 왜?

서명훈, 김보형 기자
2010.09.24 15:49

인수의향 외 함구… '가격'과 '이미지' 고려한 듯

외환은행 등현대건설(161,000원 ▲1,400 +0.88%)채권단이 24일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현대그룹이 일찌감치 인수 의지를 표명하고 레이스에 뛰어든 것과 달리현대차(522,000원 ▲16,000 +3.16%)그룹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자문사를 선정하는 등 물밑 인수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달 1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계획"이라면서도 "공식 발표 전까지 입장 표명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서 열린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현대건설 인수 관련 질문에 "그건 잘 알고 있지만"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침묵하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입장표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은 우선 실리와 명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표명할 경우 가격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대우조선(132,700원 ▲800 +0.61%)해양 M&A(인수합병)때도 막판현대중공업(420,000원 ▲10,500 +2.56%)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포스코(342,500원 ▲9,000 +2.7%)한화(122,300원 ▼1,400 -1.13%)등 경쟁 기업들이 인수희망 가격을 높여, 매각 가격이 예상보다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현대가(家)의 집안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집안의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제수(현정은 회장)와 싸운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구도 관련설도 현대차의 적극적인 행보를 어렵게 만든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현대차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건설회사 엠코 지분 25.1%를 보유한 점을 들어 엠코와 현대건설이 합병하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엠코가 현대건설 인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며 "승계구도와 현대건설 인수를 연계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인수합병 업계 전문가는 "매각금액이 절대적인 M&A 싸움에서 현대차그룹이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것은 현대차그룹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조용히 인수전을 끝내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대그룹, 명운 걸고 총력전= 현대차와 달리 2006년부터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해 온 현대그룹은 말 그대로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자금력은 현대차그룹에 뒤지지만 정통성이나 인수 후 시너지 효과에서는 앞선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

현대건설은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현정은 회장 남편)에게 남긴 회사 인만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되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1일부터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지키겠습니다'라는 텔레비전 광고(CF)까지 선보이며 현대건설 인수 여론몰이에도 나섰다.

최근 재무약정 체결과 관련해 신규 여신 중단 등 채권단의 제재를 중단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 점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대북 독점사업권을 갖고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막대한 북한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자금력도 내부 자금 1조5000억원에, 전략적 투자자 등이 참여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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