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과이익공유제, 상생에 도움

[기고] 초과이익공유제, 상생에 도움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11.03.29 06:31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경영학자의 시각에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설립 목적과 정 위원장의 제안 취지를 되새겨보면 이 논란이 벌어진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사회적 갈등 문제를 발굴하고 민간부문에서 합의를 도출하여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이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대기업이 거둔 이익의 공유 대상을 종업원과 주주뿐 아니라 원가절감에 기여한 협력업체로까지 넓혀 동반성장을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갈등과 이로 인한 기업과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매우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가능한 한 납품단가를 낮추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이 관행은 현재 거래하는 협력업체가 망해나가도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협력업체가 뒤를 이을 때 지속 가능한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불평등한 관계는 협력업체들이 생존할 토양 자체를 황폐화시킴으로써 종국적으로는 대기업의 성장과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은 대부분 채택해 경영효율성 제고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EVA(경제적 부가가치)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금액으로 측정되며 일종의 초과이익이다. EVA가 유용한 이유는 기업의 구성원이 초과이익과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분석하여 이들에 대한 성과 평가와 보상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는 대기업의 외부 구성원으로서 비용절감을 통해 대기업의 EVA에 기여하므로 초과이익공유제 역시 EVA의 확장된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들을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면 초과이익 공유는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이익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면서 자신들이 발전할 수 있는 재원과 동기를 동시에 부여하는 수단일 것이다.

스탠퍼드대의 존 로버츠는 저서 '현대기업론'(Modern Firms)에서 기업을 다양한 구성원간 명시적, 암묵적 계약관계로 보고 이들 간의 신뢰가 기업의 지속적인 존립과 발전에 필수임을 다양한 사례와 경제이론을 통해 규명했다.

그가 인용한 토요타와 GM의 사례는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토요타는 협력업체와 생산공정과 비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이는 토요타가 납품가 후려치기나 계약 취소를 하지 않을 것이고, 협력업체 역시 품질향상과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신뢰의 기반에서 가능한 것이다.

물론 토요타는 동일 부품에 대해 2곳 이상의 협력업체를 두어 이들 간에 적절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토요타 등의 성공에 자극받은 GM은 1983년 새턴프로젝트를 통해 토요타 방식으로 협력업체와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이들의 생산비용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GM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이렇게 확보한 협력업체의 생산비용 정보는 결국 납품가 후려치기로 이어졌고 협력업체와 신뢰 붕괴는 새턴프로젝트의 실패와 GM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정부가 징수해 중소기업에 나눠주자는 방안이 아니다. 초과이익공유제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방안은 이제부터 진지하게 논의할 문제지 처음부터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반대할 사안은 아니다. 이번 제안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신뢰를 구축하고 상생하며 서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논의와 실천의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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