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쟁이로 출발해 대기업을 일궈낸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STX그룹을 창립 10년 만에 재계순위 12위(자산기준)로 끌어올렸으니 그에게 쏠리는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중국 다롄에서 열린 그의 기자간담회는 뜨거운 열기 속에 시작됐다. 강 회장은 현지에서 진행된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도중 어렵게 짬을 낸 것이었지만 평소 공식행사 참석 외에는 여느 그룹 회장과 마찬가지로 언론과 개별적인 회견을 삼갔던 터다. 정작 간담회는 예상보다 짧게 끝났고 '소문난 잔치'처럼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그는 다소 애매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신중했고 상식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한 질문에 "M&A를 하지 않으면 기업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고,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고 답한 게 일례다.
강 회장에게서 역경을 딛고 기업을 키워낸 비화나 미래전략까지 들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물건너갔다. 간담회 후 "어떤 주제를 뽑아야 하나"라는 말이 오갈 정도로 기자들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역력했다.
STX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은) 평소 명확하고 간결하게 지시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STX를 급속히 성장하게 만든 토대였던 M&A를 성사시키는 데는 '말'보다 '행동'이, 마케팅보다는 실행능력이 각각 우선해야 했던 만큼 애초 강 회장에게서 진솔한 얘기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을 것이다. 아울러 '2020년 매출 120조원으로 재계 10위권 도약'이란 새 목표 달성을 위해 또 다른 M&A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다만 최근 청년실업 사태 등으로 '성공 신화'에 목마른 이가 늘고 있고, STX그룹의 외형도 무척 커진 상태여서 강 회장이 이제는 적극적인 소통도 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