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새 가격이 올랐어요? 몇달 전 기름값을 내린다고 할 때는 한달이 걸리더니…."
주유소 기름값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무척 착잡해 보인다. 정유사들이 3개월 간의 가격인하·할인을 끝낸 지 불과 1주일 만에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어서다.
서울시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ℓ)당 2000원을 넘어섰고, 강남과 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선 2300원 이상인 곳도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제주, 대전 등 지방의 기름값도 심상치 않다.
며칠새 달라진 주유소가격표만 섭섭한 게 아니다. 정부가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강행한 정책이 엉뚱하게 주유소 사장님들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니냐는 게 소비자들이 갖는 느낌이다.
정유사들이 지난 4월6일 기름값 인하를 발표했을 때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 가운데 적잖은 이는 기름을 넣지 못하고 빈 차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주유소들은 "예전에 비싼 가격에 들여온 재고가 아직 남아 있다"며 가격인하를 늦췄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도 기름값이 천천히 올라야 하지만 정작 주유소들은 "싼 기름이 있어도 시장가격이 올라가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당시 주유소협회도 "기름값이 기존 수준으로 환원되는 7월에는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정작 전화를 걸자 "업계 상황이 어렵다는 점만 이해해달라"며 민망해했다.
주유업계의 출혈경쟁, 열악한 자금상황을 소비자들이 이해하더라도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여론의 부담을 덜게 된 정유사들도 표정이 좋지 않다. 정부의 압박을 못이긴 가격인하 탓에 수천 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데다 업체간 갈등과 불신이 커져서다.
가격조정 과정에서 대형주유소 등 거래처가 이탈한 사례도 적잖다. 기름값을 내릴 때는 천천히, 올릴 때는 빠르게란 '비대칭성' 문제가 정유사 탓이 아니라는 점만 분명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기름값 인하의 명분으로 '서민물가 안정'을 내세웠다. 가격환원 과정에서 나타날 후유증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정부가 시장을 너무 안이하게 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