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호주 나와브리 유연탄광 채굴 현장
"아무 문제 업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에서 만난 화이트해븐(White Heaven)사의 마케팅이사 로스 크럼브 씨는 기자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어설픈 한국말을 건넸다. 호주 자원개발회사인 화이트해븐은 이 탄광의 운영권자다.
호주 최대도시 시드니에서 항공기를 타고 북서쪽으로 1시간 반을 날아 도착한 이곳 나라브리 유연탄광은 최근 생산단계에 갓 접어든 광구답게 채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국내 종합상사인대우인터내셔널(79,500원 ▲3,800 +5.02%)(이하 대우인터)은 2009년 8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곳 지분 7.5%를 사들이고, 최근 첫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대우인터가 광물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든지 40여년 만에 첫 생산이다. 대우인터는 향후 27년간 이 탄광에서 매년 150만톤의 유연탄을 캘 예정이다.
◇사진촬영, 화재 유발 위험=기자는 이 탄광의 핵심인 갱도를 둘러보기 위해 지하로 직접 내려가기로 했다. 탄광 내 지휘통제소(Administration Building)에서 실시된 탄광 체험 오리엔테이션에서 관계자들은 탄광 내에서 일체의 사진촬영이 금지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자칫 탄광 내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계, 반지, 목걸이 등 금속성 물질의 소지도 금지했다. 탄광이 매몰될 경우 사용하게 될 산소마스크 사용법 교육도 실시됐다. 지난해 발생한 칠레 산호세 광산 매몰 사고가 잠시 기자의 뇌리를 스쳤다.
이후 탈의실로 자리를 옮기자 인부들이 입는 작업복과 마스크, 보호안경, 안전모가 전달됐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고무장화도 착용했다. 비상용 산소통을 둘러매자 무게를 이기지 못한 허리띠가 아래로 축 처졌다.

미군 차량인 험비를 연상시키는 넓다란 광산용 차량 드리프트러너(drift runner)에 올라 비포장도로를 1㎞ 남짓 달리자 '박스컷(boxcut)4'로 불리는 유연탄광 북쪽 구역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은 갱도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순간 유연탄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서둘러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렸지만 탄광 특유의 눅눅한 공기가 계속 코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내 갱도 내에 설치된 환기시스템을 통해 신선한 바깥 공기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가로 4m, 높이 2m 크기의 갱도를 1㎞ 남짓 달렸을까. 갱도 입구의 빛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칠흑같은 어둠이 차량을 에워쌌다. 안전모에 장착된 렌턴에 의지해 주변을 살폈다. 혹시 모를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갱도 벽과 천정을 꼼꼼히 둘러싼 철망이 눈에 띄였다.
◇지하 4km 지점의 웅덩이=내부 2㎞ 지점에 다다르자 세 갈래 길이 나왔다. 차량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갱내에 진입한 뒤 처음으로 작업 중인 인부 2명을 만났다. 차량을 발견한 그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활짝 웃는 그들의 미소 속에 언뜻 보이는 치아가 어둠 속에 유난히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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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도 내 작업 인부가 적은 것은 자동화 시스템 때문이었다. 화이트해븐은 굴진채탄용 전용 장비인 '컨티뉴어스 마이너(continuous miner)' 4대를 투입해 유연탄을 캐고 있다. 이 장비가 굴 모양으로 땅을 파내려가며 유연탄을 캐면 셔틀카(shuttle car)가 이를 주워담아 컨베이어벨트로 옮긴다. 이렇게 옮겨진 유연탄은 약 3㎞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바깥으로 운송된다.
이 같은 체굴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4㎞ 지점에 이르러 차량에서 내렸다. 바닥에 발을 디디자 발목까지 질퍽한 물이 차올랐다. 컨티뉴어스 마이너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웅덩이가 발목을 잡았다. 갈수록 웅덩이가 깊어지면서 무릎 바로 아래까지 웅덩이 속에 잠겼다. 고무장화가 워낙 튼튼해 물이 안으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하얀 빛깔의 탄광=갱내 자체가 거대한 석탄 덩어리인 이곳은 예상과 달리 벽 전체가 하얀빛을 띄고 있었다. 동행한 화이트해븐 직원은 "얘기치 못한 자극으로 석탄이 발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칠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벽을 손으로 문지르자 검정색 석탄벽이 드러났다. 칠흑같은 어둠 속, 새하얀 벽에 렌턴 불빛이 반사되며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화이트해븐은 내년 2월 가로 길이가 300m에 이르는 굴착기인 '롱월(longwall) 장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가동 중인 4대의 컨티뉴어스 마이너가 1주일간 채굴하는 유연탄 규모는 약 1만톤. 롱월장비 1대가 같은 기간 채굴할 수 있는 양은 14만톤으로 생산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정제봉 대우인터 시드니 지사장은 "롱월장비를 투입해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하면 매년 약 2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며 "나와브리 유연탄광 남쪽 지역 탐사작업이 진행 중인만큼 추가 생산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