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붐 타고 유럽발 위기 극복.. 글로벌 차 기업 입주로 고속 성장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이자 유럽의 변방국 터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터키는 그리스와는 상반되게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나 성장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된 2분기부터는 성장률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유럽은 위기에 빠졌지만 그 변방 터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었다. 특히 '형제의 나라' 터키에는 지금 거리 곳곳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건설붐 타고 고속 성장=기자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방문한 터키에는 거센 산업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중심엔 '건설붐'이 있다.
오래된 건물들이 헐리고 새 아파트단지들이 이스탄불 등 도시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다. 이스탄불공항도 확장 공사 중이다. 최근에는 국제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첨단시설을 갖춘 무역센터와 호텔들이 잇따라 세워졌다.
심지어 월세가 2000만~3000만원(한화 기준)에 달하는 신흥 부촌도 형성됐다. 터키정부는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해 최근 도심지역에 아파트단지를 세울 경우 녹지를 일정부분 조성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스탄불 시가지는 물론이고 이스탄불 밖으로 차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 이상을 달려도 어렵지 않게 건설현장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낡은 주거지들과 어색하게 어울려 있는 모습이 적지 않다.
현지 관계자는 "이스탄불 유럽지구 내에 있는 165㎡(50평)짜리 새 아파트를 몇년 전까지는 한화로 3억원에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3배 올라 9억원 정도에 거래된다"며 "건설붐을 타고 부동산 값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탄불의 경우 지반이 약하고 30년 주기로 큰 지진이 닥치기 때문에 내진설계를 한 아파트들이 특히 비싼 값에 팔린다고 덧붙였다.

◇ 형제의 나라 '한류' 거센 물결=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하는 터키는 한국전쟁에도 참전, '형제의 나라'로 불린다. 이런 호의적인 감정에 힘입어 '한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터키 젊은이들 사이에선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나 뮤직비디오를 내려받아 보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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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성소피아성당에서 한국인들을 보고 수줍게 다가와 말을 거는 현지 여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기자에게 펼쳐 보여준 노트에는 빼곡히 연습한 한국어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그는 서투른 한국어 발음으로 가수이자 탤런트인 '김현중'을 아느냐고 물었다. 손에 들린 잡지 표지에는 한국 아이돌그룹 '빅뱅'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한류는 문화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지답게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들이 거리를 누비는 이스탄불에서는 현대차 등 한국 자동차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엑센트'는 이곳에서 국민차로 사랑받고 있다. 이스탄불 택시들 가운데 상당수가 '엑센트'였다.
현지 관계자는 "터키 시내버스에 얼마 전 카드시스템이 도입됐는데 이는 한국에서 들여온 것"이라며 "터키 사람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의 제도들을 배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 유럽을 향한 끊임없는 손짓=터키는 지속적으로 EU 가입이 거부돼 왔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이유,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과 터키 정부의 유혈사태로 촉발된 인권 문제 등이 표면적 이유였다.
또 하나는 노동력 문제다. 터키의 대졸자 초임은 평균 2000만원 정도다. 평균 학력이 고졸인 터키의 일반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유럽에 비해 꽤 저렴한 편이다. 유럽 입장에서는 터키가 EU에 가입할 경우 유입될 터키 노동자들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유럽과 아시아의 교두보라는 입지조건과 맞물려 글로벌 기업들을 터키로 유인하고 있다. 한 사례로 터키 북서부 지역에는현대자동차(465,500원 ▼22,500 -4.61%)를 비롯해 포드, 도요타, 혼다, 닛산, 피아트, 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들이 대거 들어서 있다. 관련 부품업체 200개도 함께 밀집해 있다. 터키는 농업 및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 중심에서 중공업으로 급격한 산업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터키는 올해도 주요 20개국(G20) 국가들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과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았던 터키는 2000년대 들면서 정치안정과 사회통합을 이루며 재정적자를 해소해나가고 있다. 최근 한 프랑스 언론은 터키를 두고 "과거 오스만투르크의 위용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