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류패권 꿈 무르익는 나보이공항

[르포]물류패권 꿈 무르익는 나보이공항

나보이(우즈베키스탄)=김지산 기자
2011.12.05 05:32

대한항공 물류 DNA 녹아들며 가파른 성장세…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

지난달 29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서남쪽으로 250km 떨어진 나보이 공항 화물터미널.

전날 밤 두바이공항으로부터 화물기에 실려 온 삼성전자 PDP TV 수십 대가 화물차에 실리고 있었다. 이들 제품은 육로로 우즈벡 뿐 아니라 주변국으로 운송된다.

중앙아시아 최대 공항이자 물류 허브로 성장하려는 나보이 공항의 야심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현장이었다.

◇나보이는 '허브 앤 스포크=대한항공(23,200원 ▼1,500 -6.07%)은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의 요청으로 2007년 11월부터 사업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 2009년 1월부터 공항을 위탁경영했다.

물류를 한 곳에 모아 주변으로 분산시키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의 핵심으로서 나보이공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조치였다.

박병렬 나보이공항장(상무)은 "나보이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전역을 잇는 중심지로서 중앙아시아 물류의 핵심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지도를 꺼내 보여 주며 나보이를 중심으로 비행시간 기준 4시간 이내에 모스크바와 뉴델리, 두바이, 뭄바이 등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6시간 이내에는 인천과 상하이, 방콕, 밀라노,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위치하고 있었다. 미주지역을 제외한 세계 물류 주요 지역의 한가운데가 바로 나보이였다.

↑두바이에서 화물기에 실려온 삼성전자 PDP TV. 트럭에 옮겨지고 있다.
↑두바이에서 화물기에 실려온 삼성전자 PDP TV. 트럭에 옮겨지고 있다.
↑인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앞 화물기에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인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앞 화물기에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이런 지리적 위치로 인해 나보이의 경제적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즉 세계 각지의 화물을 나보이에 모은 뒤 각 지역으로 보내면 물류비가 절약되고 효율성도 높아지게 된다.

박 공항장은 “인천에서 유럽으로 갈 때 항공유 100톤과 화물 100톤을 싣는다고 가정하면 나보이를 경유할 때 항공유 60톤에 화물은 140톤을 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보이에서 연료를 추가로 넣고 유럽이나 중동, 아시아로 보낼 화물을 내려놓은 뒤 이들 지역에서 모은 화물을 싣고 가는 것, 이게 나보이의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요점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9월 20일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 12층 리더스 클럽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로부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간 경제협력 및 우호증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공로를 인정 받아 우호훈장(Dostlik)을 받았다. 사진 오른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 왼쪽 비탈리 펜 우즈베키스탄 대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9월 20일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 12층 리더스 클럽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로부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간 경제협력 및 우호증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공로를 인정 받아 우호훈장(Dostlik)을 받았다. 사진 오른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 왼쪽 비탈리 펜 우즈베키스탄 대사

◇중앙아시아의 '인천국제공항'을 꿈꾸다= 나보이공항 개발과 경영을 대한항공이 맡게 된 건 카리모프 대통령이 대한항공 화물 시스템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화물터미널을 포함해 나보이 공항 개발에 관한 모든 비용은 우즈벡 정부가 부담하고 대한항공은 경영과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역할을 나눴다.

이런 까닭으로 1만6800㎡(5080평)인 나보이 공항 화물터미널은 마치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의 축소판처럼 보였다.

↑박병렬 나보이공항장
↑박병렬 나보이공항장

송준민 나보이공항 차장은 "나보이 화물터미널의 연간 처리 규모는 10만톤으로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 크게 못 미치지만 성장 속도와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규모는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지난해 화물처리량이 2년만에 1904배가 급증했고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속도가 가파르다는 것.

게다가 물량 확대를 염두에 두고 터미널을 확장하기 위해 지금의 4배가 넘는 예비부지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여객터미널도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데 이어 건물 규모를 확대하는 증축공사를 한창 진행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작업이 끝나게 된다.

↑나보이공항 화물터미널. (주)한진 트럭이 물량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나보이공항 화물터미널. (주)한진 트럭이 물량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경제특구 안착이 관건= 나보이 공항의 빠른 발전은 현지 직원들의 분위기에서도 진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특히 대한항공 방식을 후하게 평가했다.

1999년부터 10년간 우즈벡항공에서 근무하다 2008년에 나보이 공항으로 옮겼다는 티무르 이브라기모프 수석 부공항장은 "나보이 공항이 발전하는 것은 업무와 공항경영, 항공화물 등 전 부문에서 대한항공의 선진 노하우가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의 나보이 선택은 큰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지금까지 승승장구를 거듭 했지만 나보이공항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앞으로의 진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나보이 공항은 전적으로 대한항공에 의해 성장했다. 화물 부문만 봐도 대한항공과 우즈벡항공에서 모든 매출이 나오고 있다.

현재 나보이 공항 성공의 핵심 관건으로 지목되는 것은 공항 인근 500만㎡(150만평)에 달하는 자유경제개발구역(FIEZ)의 활성화다.

2008년 이후 입주한 기업이 10여개 수준인데 그나마 대규모 생산과 고용을 일으킬 글로벌 기업이 아직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나보이공항 화물터미널 내.
↑나보이공항 화물터미널 내.

우즈벡 정부가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세워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FIEZ가 활성화 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역으로 경기가 활황기에 들어가면 FIEZ와 나보이 공항의 위상은 크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나보이 공항은 지금 해외 항공사를 유치하느라 여념이 없다.

박병렬 공항장은 "터키항공, 말레이시아항공과 다수의 유럽계 항공사를 대상으로 나보이 공항을 경유를 위한 유치활동을 진행중이며 내년초엔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살아나면 나보이를 중심으로 우즈벡과 중앙아시아에서 대한항공의 영향력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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