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은영 기자 =

캄보디아 현지인에게 도서관을 지어주고 멸종 위기에 처한 태국 코끼리와 인도네시아 원숭이를 살린다. 심지어 공기까지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공정 여행'이다. 공정여행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Traveler's Map)은 2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여행자를 위한 가장 착한 지도를 그린다.
트래블러스맵(www.travelersmap.co.kr)은 2009년 1월9일 '여행협동조합MAP'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그동안 여행교육 대안학교 '로드스꼴라'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국내외 여행상품 수십 가지를 자체 개발했다. 2009년 9월 이름을 트래블러스맵으로 바꾼 뒤 지난해 1월 국내에선 최초로 여행부문 사회적기업으로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았다. 사업 초기 7명뿐이던 직원은 현재 27명까지 늘어났다. 이달부터 고용부가 시범실시하는 사회적기업 경영공시에도 참여한다.
트래블러스맵의 변형석 대표는 여행 문화가 전무했던 1990년대 대학시절을 보냈다. 청소년 직업체험 공간 '하자센터'에서 2002년부터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여행을 활용한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어왔다. 마침 2008년 하자센터에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했고 변 대표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후 불과 두 달 만에 대안학교 로드스꼴라를 만들었다. 현재 서울, 태백, 제주 등 30여 가지의 국내여행과 일본, 태국, 베트남 등 10여 가지의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트래블러스맵의 여행 원칙은 단 3가지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여행', '자연을 보호하는 여행',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변 대표는 "여행은 건강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 건강한 여행"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여행을 위해 트래블러스맵은 현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유명 문화유적지를 감상하기보다는 캄보디아의 작은 마을 '반띠아이 츠마'에서 운영하는 '지역기반여행(CBT, Community Based Tourism) 프로그램과 연계해 여행한다. 현지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이유는 여행으로 발생한 수익이 고스란히 현지로 흘러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언뜻 들으면 지루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을 변 대표는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트래블러스맵의 '캄보디아 공정여행'은 MBC와 EBS 등 국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될 만큼 인기가 높다. 올해는 트래블러스맵 수익금 중 일부를 캄보디아 도서관 건립에 사용할 계획도 세웠다. 변 대표는 "여행은 훌륭한 경관을 봤다고 해서 기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만나는 순간들이 모여 추억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트래블러스맵은 여행을 할 때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걷는다. 불가피하게 비행기를 탈 경우에는 탄소상쇄기금에 사업비의 1%씩을 적립한다. 또 동물쇼와 같이 동물을 학대하는 관광 상품은 절대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비용으로 먹이를 사 동물에게 주고 여행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기부할 수 있도록 환경, 인권, 동물보호단체를 소개해준다. 변 대표는 "궁극적으로 결국 여행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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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미 트래블러스맵 부장은 “우리의 여행은 행복의 성질을 바꾸는 것”이라며 “내가 조금 더 행복하려고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내 행복을 나눠 모두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2009년 야심차게 기획한 '다문화가정 수학여행-내 친구의 외갓집은 산호세'의 경우 일정을 다 짜놓은 상태에서 돌연 자금 지원 업체가 마음을 바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변 대표는 자금을 구하기 위해 한 달반 동안 사회기금단체와 기업을 뛰어다녔다. 변 대표는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제안서를 뿌린 곳만 1000여곳이 넘는 것 같다"고 회고했다. 결국 운 좋게도 메가스터디에서 지원을 받아 1년 후인 2010년 5월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네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해 두 달간 열심히 홍보했지만 달랑 10명의 여행자를 모집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트래블러스맵은 단단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간 이용객은 2009년 200여명에서 2010년 1500명, 2011년에는 4000명까지 급증했다. 수익도 2010년 9억 원에서 올해 16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2월에는 사회적기업 최초로 여행자와 사회적 기업가 70여명을 대상으로 공개 투자유치를 진행해 1억4950만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고용부와 민간투자자가 만든 사회적기업 모태펀드가 지원하는 1호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2억 원을 투자받게 됐다. 변 대표는 "여행상품 개발이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까지는 수익과 지출이 비슷한 상태이지만 이제부터는 그동안의 투자가 수익으로 창출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마지막으로 변 대표에게 ‘경영 철학’에 대해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변 대표는 “철학 같은 건 없다. 다만 다 함께 잘사는 방식을 찾고 같이 성장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수많은 여행자들을 ‘착한 행복’으로 이끌어줄 여행 안내자, 트래블러스맵의 여로는 그대로 한국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