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기름값이 심상치 않다. 연말 리터(ℓ)당 1930원 초반까지 떨어졌던
휘발유(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지난달 중순 1950원대로 오르더니 이제는 2000원선에 바짝 접근했다.
휘발유 뿐 아니다. 경유는 지난달 말 1823원을 넘었고 난방용 실내등유는 1389원까지 올랐다. 두 유종 모두 유가정보가 제대로 취합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가다.
지난 1년간 정부와 정유업계에 큰 부담을 안겼던 기름값 문제가 다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 1일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가 국제휘발유 가격 상승폭보다 기름값을 더 올렸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지난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을 조사해 보니 국제가에 비해 공장도 가격은 리터당 평균 25원, 주유소 판매가격은 50원 더 인상됐다는 것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2005년 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분석해보니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가격이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올랐고 반대의 경우에는 하락폭이 적었다고 했다.
정작 정유업계는 "할 말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시모와 삼성경제연구소 모두 기본전제를 잘못 설정한 탓에 분석에 오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시모는 1월초와 12월말의 가격을 비교했는데, 분석기간을 1주일씩만 앞뒤로 변경하면 오히려 국내가격이 국제가보다 덜 올렸다는 결과가 나온다. 기간을 앞당기면 내수가격이 11원 이상 싸고, 늦추면 29원 저렴하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미스매칭 문제가 지적된다. 휘발유는 싱가포르 석유 거래소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비교대상을 원유로 잡으니 왜곡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소비자 단체 등의 문제제기와 업계의 해명과 진실공방이 되풀이된 건 지난 1년간 수없이 반복된 현상이다. 휘발유를 대체할 연료가 일반화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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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까지 정유4사가 해외시장에서 올린 수출액은 346억2300만달러에 달한다. 수출 품목 2위인 반도체(334억2200만달러)는 물론 철강(315억700만달러), 자동차(260억1100만달러) 등 전통적인 수출효자 품목을 크게 앞선 수치다.
한국산 휘발유는 또 환경오염물질 배출, 연비 등에서 '세계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프리미엄급 휘발유는 한국에서 '보통' 수준이다.
정유업계는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설비확충에 수 조원을 쏟아 부었고 첨단기술 개발에도 힘써 온데 대한 평가가 인색한데 대해 서운해한다.
한 CEO는 "차라리 해외수출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토로했다. 답이 없는 가격논쟁보다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유업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