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가십니까?"
"38동19호에 갑니다."
"주인과 연락해볼테니 잠시 기다립시오."
…
"이름이 무엇입니까?"
"홍찬선입니다."
"주인이 지금 집에 없어 핸드폰으로 연락해봤더니, 홍찬선이라는 사람을 모르니 들여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들어갈 수 없습니다."
"38동19호의 주인이 한국 사람이지요?"
"예, 한국 사람이고 성(姓)이 이(李)씨입니다.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나는 머니투데이의 베이징 특파원이고, 이씨가 오늘 한국에서 동생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서 이씨를 만나 입장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주인에게 연락해서 한국 기자가 찾아왔다고 얘기해 주세요."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주인과 직접 통화해서 안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동의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중국 베이징(北京)시 창핑취(昌平區) 후이롱관쩐(回龍觀鎭) 삐수이좡위앤(碧水庄園) 38-19.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71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李孟熙·81) 씨가 살고 있다고 소장에서 밝힌 곳의 경비의 태도는 완강했다. 우리 돈으로 30억원 가까이 되는 고급 빌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외부인의 진입을 철저히 막았다. 외부인이 방문하면 안에 사는 사람과 내선으로 연락해 들여보내도 좋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면 절대 진입시키지 않는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 1시간 정도 입씨름을 했지만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기자 신분증을 보여주며, 사정도 하고 협박도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30분정도 지나자 경비원 2명이 더 오더니 "주인과 핸드폰 통화를 해서 동의를 받던지,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라"고 했다. "계속 여기에 있으면 강제로 끌어내겠다"고 협박까지했다. 카메라를 꺼내 빌라 입구를 찍자 "촬영하지 마라. 사진 찍으면 카메라를 압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분 정도 더 실랑이를 하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望京)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30분정도 달리는 곳에 있는 삐수이좡위앤. 신장(新疆)까지 연결되는 징장(京彊)고속도로를 타고 빠다링(八達嶺) 만리장성 쪽으로 가다가 후이롱관쩐(回龍觀鎭)에서 빠지면 샤허(沙河)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 역사와 문화가 깊은 시산(西山)이 있어 역사문물보호구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방5개, 거실 2개, 화장실 3개인 360㎡(약110평) 빌라 한 채의 시가가 1600만위안(28억8000만원)이나 된다. 방 7개, 거실 5개 , 화장실 6개나 있어 지하 1층과 지상 3층 구조로 돼 있고 실내 풀장까지 있는 758㎡(230평) 규모의 빌라는 4700만위안(84억6000만원)이다. 역시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의 3대 별장촌의 하나라는 명성에 맞을 정도로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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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촌에 살고 이맹희 씨가 뭐가 아쉬워서 동생을 상대로 7100억원에 이르는 소송을 제기했을까.
"이맹희씨가 베이징에 온지는 약 12년 정도 됐을 겁니다. 지금 사는 곳은 소장에 나와 있는 삐수이좡위앤이 아니라 아마도 순이취(順義區)에 있는 ‘가우디’라는 빌라일 겁니다. 왕징에 있는 '오발탄'이라는 식당에 가끔 식사하러 갔다고 하고요."
삐수이좡위앤 정문에서 경비에게 차단당한 채 발걸음을 돌린 뒤, 베이징에서 오래 산 사람을 만나 이맹희 씨의 근황에 대해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맹희씨는 베이징에 고급빌라 2채에서 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발탄에 식사하러 올 때는 'BMW 760'을 타고 왔습니다. 가정부와 통역 등 6명이 함께 식사를 하곤 했습니다. CJ차이나에서도 한분이 왔고요. 그런데 몇 개월전부터 안 오시더군요."
오발탄에 자주 갔던 한 지인은 "아마도 그 몇 달 동안 이맹희 씨가 외부와의 접촉을 하지 않은 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