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A사의 납품업체 B사의 사장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사장은 A 대기업 회장 부인의 삼촌, 즉 처삼촌이었다. 기자가 놀랐던 점은 B사 사장이 조카사위인 A대기업 회장을 '회장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예우, 혹은 공적인 자리에서 부르는 호칭이 아니었다.
식사 자리에서 회장과 직접 통화를 하면서도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아무리 사업적으로는 이른바 '갑·을 관계'여도 조카사위를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조용히 동석한 사람에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쪽 세계가 원래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족보'보다 '사업'이 앞서고, '피'보다 '돈'이 진한 세계가 있음을 실감한 자리였다.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다소 다른 세계였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자신의 회사 오너 일가를 두고 "패밀리 비즈니스가 아니라 비즈니스 패밀리"라고 했다.
가족들이 끈끈히 뭉쳐서 사업을 한다기 보다,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끈끈히 이어진 가족이라는 얘기다. 사업으로 뭉친 가족이라는 말은 사업 때문에 갈라질 수도 있는 가족이란 말로도 통한다.
3형제 이상이면 의견충돌 때문에 함께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업으로 뭉치고 갈라지는 것은 그나마 남들이 보기에 나은 편이다.
사업이 아닌 재산을 놓고 다투는 경우는 모양새가 더 구겨진다.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 관련 소송이 대표적이다.장남이 동생에게 재산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걸고, 동생은 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두 형제 사이의 구원(舊怨)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깊음을 알 수 있다.
그 깊이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최고 기업가 가족의 친형제들이 선친의 재산을 놓고 다투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아름답게 보일 리 없다.
이 회장이 2일 유럽으로 출국하는 길에 "사적인 문제로 개인 감정을 드러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뒤늦은 사과였지만 현명한 태도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가문의 명예와 기업과 사회의 이해를 고려해 감정을 추스려야 하는건 이회장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쉽게 결론날 일이 아닌 줄은 알지만, 돈보다는 가족이 우선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