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센·안철수연구소… 이름 지어 대박 터트린 男

휘센·안철수연구소… 이름 지어 대박 터트린 男

이언주 기자
2012.05.07 05:55

[인터뷰] '브랜드 인사이터'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

'휘센, ZIC, SK이노베이션, NHN, 트루맘, 안철수 연구소(안랩)···'.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브랜드들이다. 이 이름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자신의 이름보다 이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더 많이 불리길 바라는 한 사람 덕분이다.

주인공은 바로 '브랜드네이미스트'로 활동 중인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45·사진)이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는 네이미스트로 활동하며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는 네이미스트로 활동하며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곱슬머리에 마른 턱선, 외모부터 범상치 않은 예술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언어를 다루는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인터뷰 내내 그가 툭툭 내뱉는 간결한 대답에도 예리함이 담겨있었고, 논리적이었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보니 마치 브랜드 강의를 듣는 듯 했다.

90년대 중반, 광고·홍보대행사에서 일하던 박 대표는 브랜드 전문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회사를 옮긴 후, 본격적으로 '브랜드 네이미스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과정이 '브랜드 네이밍(Naming)'이고 이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브랜드 네이미스트(Namist)'라 한다. 당시에는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말이 정식으로 사용되기도 전이었지만 박 대표는 마케팅에서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브랜드 가치가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향후에는 제품 브랜드, 기업브랜드를 넘어 대한민국(Korea)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가가 필요할 테고, 그런 능력을 갖춘 준비된 사람이 전문가로 인정받을 때가 올 거라 확신했어요."

그의 통찰력은 적중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브랜드 시대'가 왔다. 제품의 품질이 비슷비슷한 수준에 오르자 각각의 브랜드가 지닌 이미지와 개성, 가치에 따라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거나 닫게 됐다. 제품이나 기업뿐만 아니라 '서태지' '이외수' 등과 같은 사람 자체가 이미 휴먼브랜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수많은 브랜드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는 에어컨 브랜드 '휘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휘센'을 영어브랜드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바람소리 '휘', 세다의 '센'이 합쳐져 휘몰아치는 센바람을 연상하도록 만든 것. 하지만 글로벌 마케팅에 어울리는 의미부여가 필요했고, 이에 회오리(Whirlwind)와 전달자(Sender)의 합성어로 회오리바람 같은 강력한 냉방을 전달하는 '휘센'(Whisen)이 탄생하게 됐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이나 탐험가 아문센은 북유럽 국가 출신인데, 북유럽은 매우 쾌적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죠. 그래서 '센'으로 종결되는 '휘센'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해외제품의 이미지를 주는데, 이는 휘센의 보이지 않는 성공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박 대표의 설명은 명쾌하고도 설득력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지금도 끊임없이 사물을 다른 각도로 보는 훈련을 한다는 그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고, 사전이 정의하는 대로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발상이 무조건 훌륭한 건 아니라고도 말했다. 아이디어는 낯설더라도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많이 경험하되, 기본적인 정보 취합 같은 사전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야 기본 지식이 연결고리가 돼 새롭고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브랜드 네이밍뿐만 아니라 마케팅 컨설팅, 법적 측면에서의 브랜드매니지먼트까지 다루며, 관련업계와 대학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아까울 법도 한데 그의 오랜 경험이 녹아 있는 강의는 솔직하고도 실감 넘친다.

그는 "오랜 기간 충분한 경험 없이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그동안 다수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지금 현장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이나 학생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그 기간을 단축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브랜드전문가 양성과정을 10년째 운영 중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더 많아져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하루빨리 대한민국 브랜드가 글로벌 파워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는 '브랜드 인사이터' 박재현 대표의 욕심이 곧 현실이 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