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에너지 공기업 무덤...왜?

해외자원개발, 에너지 공기업 무덤...왜?

류지민 기자
2012.06.17 15:17

'자주개발률' 무리한 상향으로 건전성 악화

해외자원개발 산업이 공기업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자원개발·에너지 공기업들이 줄줄이 바닥에 가까운 평가등급을 받은 것은 무분별한 보여주기식 개발의 병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17일 관련업계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나란히 최하 등급 바로 위인 D등급(미흡)을 받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B등급으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하락했다.

석유공사의 경우 해외 자원개발에서 투자 대비 성과가 낮은 점이 저조한 평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8년 석유공사는 'GREAT KNOC 3020'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루 생산 30만배럴 ▲보유 매장량 20억배럴 ▲자원 자주개발률 20% 달성을 목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2009년 이후 대형 M&A 및 지분인수 7건을 성공시키면서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08년 5.7%에서 지난해 13.7%로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가 진행 중인 석유개발 사업은 전 세계 25개국 218개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실시된 석유공사 국정감사 결과 석유공사가 2005년 이후 실시한 48개 광구의 탐사작업 중 성공이 확정된 광구는 1곳에 불과했다. 반면 실패가 확정된 광구는 15곳, 진행 중인 광구는 32곳으로 이 가운데 실패한 광구에 투자한 금액만도 6665억원에 달한다.

몸집이 커지면서 빚도 급증했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8000억원으로 2010년 15조8710억원에 비해 60%가 넘게 급증했다. 공공기관 가운데 세 번째로 큰 부채규모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27조9666억원의 부채를 기록해 두 번째를 차지했다.

해외자원개발이 탐사에서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위험수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기업의 재무구조 악화가 계속되면 차입 금리가 올라가고, 해외자원개발 입찰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우에는 세금으로 부채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성과도 초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광물공사가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0건이지만 성사된 것은 전무하다. MOU 체결 당시에는 곧바로 성과가 날 것처럼 대대적인 홍보가 뒤따랐지만 이 가운데 9건은 실패했으며 나머지는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투자와 관련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무리한 투자 계획으로 암바토미 니켈광산을 헐값에 매각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달에는 회사채를 발행해 동양시멘트에 1500억원의 특혜성 대출을 해 준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지적되기도 했다.

석탄공사는 자본잠식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데도 지난해 임금인상률이 정부의 가이드라인(5.5%)의 두배에 달하는 10%나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은 성공했을 경우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에도 성공 확률이 20~30% 불과할 정도로 리스크가 대단히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수적이지만, 정치논리나 전시행정으로 인해 마구잡이식 투자를 진행해 온 부작용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투자실패가 발생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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