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승연 한화 회장 구속이 주는 의미

[기자수첩]김승연 한화 회장 구속이 주는 의미

류지민 기자
2012.08.16 19:04

16일 대한민국 경제계에는 몇 가지 새로운 기록이 추가됐다. 16년만에 주요그룹 총수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

이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기업 총수로서는 역대 가장 무거운 처벌이자 김 회장 개인으로서는 세 번째 구속수감이다.

판결문이 낭독되는 순간 재판장 안의 분위기는 '충격'이었다. 재판장 안을 가득 채운 한화 임직원들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탄식이 새어나왔다. 설마 구속까지야 되겠냐는 기대가 무너지는 소리이기도 했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재계순위 13위 그룹 총수의 구치소행'이라는 자극적인 사실에서 감정적인 동조를 배제하고 향후 초래될 경제적 파급효과만 놓고 살펴본다면, 재판장 안에 울려 퍼졌던 탄식에 담긴 우려는 비단 한화 임직원들만의 몫은 아니다.

김승연 회장은 이번 재판을 앞두고 분주한 날들을 보냈다. 이라크로 직접 날아가 80억달러 규모의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공사를 따내는가 하면 독일의 세계적인 태양광 회사 큐셀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성과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김 회장의 구속으로 한화는 험난한 역경에 봉착하게 됐다.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협의 중이던 추가 수주가 불투명해졌고 이달 중으로 완료 예정이던 큐셀 인수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태양광 사업을 비롯해 그룹 전반에 경영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판결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엇갈린다. 그동안 재벌에게는 한없이 무디기만 했던 솜방망이 처벌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한편에서는 재벌개혁의 희생양이 됐을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쟁이 한창인 현재 분위기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판결은 내려졌고, 김 회장은 구치소로 들어갔지만 아직 끝이 난 것은 아니다. 한화는 항소심 의사를 밝혔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욱 가속도를 낼 '경제민주화'가 표심을 잡기 위해 재벌을 때려잡는 용도로 쓰이는 '불방망이'로 변질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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