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본 '9·15 정전사태', 753만가구 정전·620억 피해

돌이켜본 '9·15 정전사태', 753만가구 정전·620억 피해

정진우 기자
2012.09.10 05:55

[9·15 대규모 정전사태 1년]전력수급 예측실패와 전력당국 미흡 등 총체적 문제

↑ 지난해 9월15일 정전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서울 압구정의 한 병원 모습.ⓒ임성균 기자
↑ 지난해 9월15일 정전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서울 압구정의 한 병원 모습.ⓒ임성균 기자

2011년 9월15일 오전 10시30분. 국내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한국전력거래소는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는 전력수급 그래프에 화들짝 놀랐다. 예상보다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한국전력(40,300원 ▼950 -2.3%)발전 자회사에 발전기 가동을 추가로 요청했다. 예비전력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날씨가 더운 탓이었다. 예비전력이 400만kW 아래로 떨어졌다. 예비전력이 계속 줄자 자체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라 오후 1시20분 관심단계를 발령했다. 결국 1시간 후엔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때 예비전력은 24만kW. 자칫 전국이 정전되는 블랙아웃(Black out)에 빠질 뻔 했다. 예비전력은 400만kW부터 100만kW씩 떨어질 때마다 '관심-주의-경계- 심각' 단계로 변한다.

전력거래소는 이때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 사무관에게 "전력수급 불안정으로 상황에 따라 수요조절과 한전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최초 보고했다. 공조 작업이 그만큼 늦은 것이다. 오후 2시30분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장은 지경부 과장에게 전력수급 상황을 설명했고, 담당 과장은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 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오후 3시 전력거래소는 지경부 전력산업과에 순환단전(부하조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담당 과장이 회의 중이라 여직원에게 메모를 전달했고, 담당 과장은 단전 조치 이후인 오후 3시15분에 메모를 받았다.

전국 13개 지역 한전 급전소는 전력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오후 3시11분부터 순차적으로 단전을 실시했다. 전체 전력계통이 블랙아웃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한전 본사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 자료: 한국전력
↑ 자료: 한국전력

이때부터 전국은 난리가 났다. 교통 신호등이 꺼지고, 아파트와 건물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병원 응급실에 전기가 나가는 등 영화에서만 보던 일이 실제 일어난 것이다. 전력 수요가 줄어든 오후 7시56분까지 총 4시간45분 동안 400만8000kW의 정전이 있었다. 정전된 가구만 약 753만가구에 이르는 등 62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자칫 전국이 암흑세계에 빠질 뻔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선 전력수급 안정을 책임져야할 지경부 장관과 차관이 바뀌는 등 인적 쇄신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해 정전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예측 실패다. 전력당국이 늦더위를 예상하지 못한 탓이 크다. 전력거래소는 최대전력수요를 6400만kW(전국 28도 기준)로 예측했지만, 실제 전국 기온은 33도까지 오르면서 326만kW 더 많은 6726만kW의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했다. 또 전력 공급 능력을 7071만kW로 판단했지만, 2시간 이내에 가동이 불가능한 발전기 202만kW와 발전기 출력오차 117만kW를 감안하지 않아 모두 319만kW의 공급능력 오차가 발생했다.

유관기관과 상호 공조도 미흡했다. 전력거래소와 지경부 사이에 전력수급 및 예비전력 상황에 대한 상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유관기관 별 정확한 보고가 지연됐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예년보다 높은 기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서 수요예측을 잘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공급 측면에서도 오차가 발생하고, 전력당국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등 총체적으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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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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