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 천안함 추락 대잠헬기부터 최신 항공기 개발까지
'잠수함 킬러'란 명성을 떨치며 해군의 최정예 헬기로 자리잡은 링스(LYNX) 헬기.
지난 7일 방문한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에는 위풍당당했던 링스헬기가 내부가 텅 빈 채로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와이어들이 복잡하게 얽혀 기체 밖으로 삐져나온 모습은 중환자실의 환자를 연상케 했다.
하늘색 안전모를 쓴 정비사는 노트북 컴퓨터로 기체 도면과 와이어 배선을 일일이 대조하며 와이어를 설치하고 연결하는 작업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렇게 2년이 넘는 공을 들여 이제 와이어 수리 작업은 거의 완성 단계다.
이 링스헬기는 한국해군 소속으로 다름 아닌 2년 전 천안함 사태 직후 해상에 추락했던 그 헬기다. 이후 곧바로 대한항공 테크센터로 들어왔다. 기체 외관에는 큰 파손이 없었지만 바닷물이 스며들어 내부 전자장비는 모두 망가진 상태였다. 복구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대한항공 테크센터 군용기 공장은 포기하지 않고 염수 제거 작업을 끈질기게 이어갔다. 다 망가진 장비들을 싹 걷어낸 후 복구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유상문 대한항공 부장은 "대한항공이 링스헬기의 제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수리 작업과 동시에 도면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 수리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최정예 헬기부터 미 공군기까지..'전투기 종합병원'〓나란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UH-60 헬리콥터는 상대적으로 작업이 수월(?)한 편. 이 헬기도 외형 뿐 아니라 각종 전자장비까지 모두 점검해야 하는 복잡한 수순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지난 1992년부터 UH-60 중형헬기를 자체 생산해 군에 공급한 노하우가 있어 수리는 한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해군 훈련기로 사용되는 F-406와 대잠 초계기 P-3C 등도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새 생명을 얻기 위해 머물고 있다. 한국해군 소속 항공기들의 창정비(부품을 낱낱이 분해해 완전 복구하는 최상위 단계의 정비) 작업을 대한항공이 도맡고 있는 셈이다.
자체 정비를 수행하는 한국공군과 미국공군 역시 대한항공 테크센터의 주 고객이다. 테크센터를 방문한 지난 7일 군용기 공장 4동에는 F-15기와 F-16기는 물론 CH-47, A-10 등 오산 기지와 일본 오키나와 기지, 미자와 기지에서 날아온 군용 항공기들이 가득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인만큼 군용기 1대당 조종사 1~2명이 집중 작업하는 방식이어서 공장으론 불리지만 소음이나 번잡함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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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밖 격납고에는 노후 장비를 교체하고 도색 작업까지 마친 미군 F-15기와 A-10이 힘찬 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잉, 에어버스 등 고부가가치 부품 개발도〓군용기 정비 사업은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한다. 민항기 부품 제작(53%)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전투기로 도입 중인 F-15K 전투기 종합 정비 지원을 위해 보잉사와 협력 체제를 구축해 한 차원 높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창정비 작업과 개조 기술을 기반으로 대파 항공기 복구사업도 비중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복구는 부품에서 외관 조립까지 거의 제조에 버금가는 작업"이라며 "대한항공의 항공기 제조역량이 일급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1980년대부터 항공기 구조물과 부품 시장을 개척해왔다. 보잉 737, 747, 777 시리즈와 에어버스 330, 380 시리즈 등에서 생산중인 항공기 날개와 동체, 미익 등을 설계에서 제작까지 도맡았다. 최근 최첨단 항공기로 일컬어지는 에어버스의 A320기종 샤크렛(shark let·양 날개 끝)과 보잉787의 AFT 보디(본체 뒤 뾰족한 부분) 등도 새로 수주했다.
지난 4월 양산에 들어간 에어버스 A320의 샤크렛은 현재 월 10대씩 생산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 5월에는 월 50대 생산체제로 늘릴 예정이다. 일반 날개 부품보다 고도의 복합소재 기술이 요구돼 대한항공 독자 기술의 부가가치가 한층 높다. 샤크렛 납품으로 대한항공은 총 1조원의 관련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항공 테크센터 관계자는 "테크센터 생산가동률이 현재 80%를 넘어섰고 수주 호조로 내년에는 생산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수주잔액도 4조원에 달하는 등 항공우주사업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