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다 위의 골리앗'..세계 최대 위용 드러내다

[르포]'바다 위의 골리앗'..세계 최대 위용 드러내다

울산=김지산 기자
2012.09.14 07:23

해상 원유저장설비(FPSO) 공정률 60%...12월 인도 앞두고 상부구조물 작업 돌입

울산현대중공업(350,500원 ▼22,000 -5.91%)본사에서 약 5km 떨어진 전하동 해양사업본부 작업장.

중앙의 붉은색 초대형 원통형 구조물의 위용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야드는 온통 호주 고르곤 가스전에 투입할 플랜트가 모듈 10여개가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 구조물은 올 12월24일까지 인도할 예정인 세계 최대 원형 FPSO(부유식원유저장설비) 건설 현장이다.

청명한 가을 날씨에도 1600톤급 골리앗 크레인 아래 엔지니어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름 112m, 높이 75m, 자체중량만 5만2000톤에 달하는 이 FPSO 건설에 협력사를 포함해 2500여명 근로자가 투입됐다.

한국이 하루 쓰는 석유 사용량의 절반(10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이 설비는 노르웨이 북서쪽 해상 약 85km 떨어진 골리앗 유전에서 수심 3000m 바다 위에 설치된다.

지금까지 세계 최대 원통형 FPSO의 저장용량 50만배럴의 두 배다. 현대중공업은 유전 이름을 따 FPSO 건조작업을 '골리앗 프로젝트'로 이름 지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2월 노르웨이 석유개발회사 ENI사로부터 이 FPSO를 수주했다.

수주액 1조2300억원에 걸맞게 플랜트 하부설비(hull)의 상단까지 올라가는데 외부 엘리베이터가 필요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플랜트로 이동하는 다리를 건너는 짧은 시간에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이가 아찔했다.

공정률은 60%. 하부설비 꼭대기에서는 원유 정제시설인 상부구조물(톱사이드)을 쌓기 위한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변은 가스통과 고무관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용접이 한창이었다. 매캐한 연기 사이로 석유시추 작업자들이 생활하게 될 실내공간을 들여다봤다.

아직 이렇다 할 방의 모양을 갖추진 않았지만 전체 공간 넓이가 상당해 보였다. 각 방마다 샤워부스가 딸리고 책상과 침대, 테이블 등이 배치될 예정이라고 했다. 어림잡아 24㎡(약 8평) 안팎의 방이 120개 만들어진다고 했다.

↑세계 최대 원통형 FPSO의 하부설비(hull). 현재 공정률 60%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12월24일 안에 인도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원통형 FPSO의 하부설비(hull). 현재 공정률 60%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12월24일 안에 인도할 예정이다.

작업장을 안내하던 유창식 해양사업본부 부장은 "노르웨이에서 발주한 FPSO를 제작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노르웨이 해양산업표준(NORSOK)에 맞춰 작업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측은 근로자들이 생활하는 방은 물론 플랜트 내 모든 사람 손에 닿는 물건들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또 실내 소음을 일반적인 FPSO 실내 소음보다 현저히 낮춰줄 것도 요구했다. 작업자들의 안전과 스트레스 최소화를 위해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원가요인이다. 손이 많이 가고 소음을 막기 위한 별도의 추가 장치를 요구한다.

철강 소재도 티타늄, 듀플렉스 같은 고가의 제품들이 주류다. 그래서 국산 부품이 거의 없다. 노르웨이가 인정하는 회사의 제품만 써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이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형편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노르웨이 기준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FPSO는 북위 71도 북극해에 설치돼 20m 높이의 파고를 견뎌가며 원유정제 작업을 벌여야 한다.

노영철 골리앗 프로젝트 부장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NORSOK 기준에 맞춰 세계 최대 원통형 FPSO를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가치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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