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전쟁은 기원전 491년부터 449년까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과 페르시아 제국 간에 벌어진 전쟁이다. 기원전 6세기 말 페르시아 제국은 약 480만㎢의 영토와 2000만명이 넘는 인구로 세계 최강의 국력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전 세계 인구가 1억명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그런 페르시아가 전부 합쳐봐야 채 200만명이 되지 않는 서쪽의 그리스인들을 정벌하기로 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중단 없는 정복사업이 제국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제국의 판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수많은 민족을 아우르다 보니 반란의 소지는 늘 존재했고 페르시아는 전쟁을 핑계로 변방의 병력을 차출해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
최근 애플과 듀폰 등 다국적기업들이 국내 경쟁사를 상대로 보여주고 있는 특허전쟁은 페르시아의 정복사업을 연상시킨다. 애플은 지난 1일 기준 6326억1000만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2·3위인 구글과 MS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압도적인 전 세계 1위다.
애플은 현재 삼성과 9개국에서 50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10억5185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듀폰은 전 세계 '아라미드' 시장의 70%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슈퍼섬유계의 페르시아다. 듀폰 역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자사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은 향후 20년간 코오롱 제품의 전 세계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고 듀폰에게 9억19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애플의 아이폰5는 출시 사흘 만에 500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여전히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하지만 잡스의 죽음 이후 애플의 상징과도 같았던 '혁신'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더욱 특허전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이나 매출액 등 덩치는 커졌지만 그동안 애플의 성장 동력이었던 혁신과 도전의 상실로 위태로운 '최고'의 위치를 특허전쟁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페르시아 제국은 페르시아 전쟁 이후에도 한동안 위세를 떨쳤지만 결국 '중단 없는 정복'을 지향했던 발전전략이 독이 돼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애플과 듀폰의 판결에 대해 국력을 등에 업은 편파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애플과 듀폰에게서 전쟁 이후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던 페르시아 제국의 그림자가 느껴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